너는 말을 참 예쁘게 해
소중한 당신에게 하는 말이잖아요.
내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말을 정말 예쁘게 하시네요.'
친구들에게, 주변 어른들에게, 직장에서, 연인에게서 나는 언제나 '말을 예쁘게 잘한다.'는 이유로 칭찬받았고, 사랑받았다.
사실 나는 말을 예쁘게 하려고 예쁘게 한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을 뱉을 때 엄청 많은 고민을 하며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인데, 그들이 나의 말을 예쁘게 들어준 것이므로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화내는 것을 싫어하고, 타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상처가 될 것 같은 단어를 쓰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 솔직히, 예쁜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대단한 일도 아니다.
나는 전반적으로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또한 그만큼 감정에 예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감정이 예민한 만큼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사람의 감정을 마치 나의 감정인 것처럼 흡수하여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감정에는 얼마든지 공감하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이 행복하면 나 또한 행복할 뿐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공감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나에게 공감이라는 것은 적당히가 되지 않았고, 언제나 과잉공감을 해버리니 부정적인 감정에 과잉공감을 넘어 나와 상대를 동일시하는 수준일 땐 정말, 너무 괴로웠었다. 상대방이 나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에 따라 공감의 깊이는 더 깊어졌고, 때론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나의 과거 경험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과거의 나와 겹쳐 보이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주변인들의 상황에 따라 나의 고통이 아님에도 나의 교통인것럼 함께 괴로워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고 성장하고 있었다. 나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분리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능숙하게 나와 상대방의 감정을 분리해 내기도 했다.
타인과 대화를 하면서 또 나도 모르게 과잉공감이 되어 너무 지칠 땐 '이건 내 감정이 아니야. 나는 지금 괜찮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나의 마음은 조금씩 평화를 되찾는다. 그래도 상대방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기 때문에 진심을 담아 위로를 건넨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모든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만큼은 진심을 담아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내 말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일상에서 누군가가 건네는 말 한마디로 인해 한 사람에게 행복한 순간이 생기고, 즐거운 순간이 생긴다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멋진 일을 만들어낸 것이 나라면 그것 또한 기쁜 일이고, 멋진 일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나와 함께 할 때는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누군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니 행복하다.
이렇게 말을 하다 보면, 나는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를 위해 하는 일보다는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때 더 적극적이고, 활력이 넘친다.
나는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사실을 눈치챈 지는 좀 오래되었으나, 아직도 방법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중이다. 나를 위한 행동을 하자고 하면서도, 스스로를 위한 일은 매번 미루기만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행동은 말보다 더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를 위한 말들을 먼저 해보려 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다던 그 예쁜 말들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글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내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스스로에게도 충분한 위로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충분히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는 오늘의 나는 심각한 우울증 환자이면서, 남들에게는 친절하고, 언제나 밝고 활기찬 사람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날의 나는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밝고 활기찬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도, 함께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