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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won Kim May 31. 2022

굴러다니는 소주병

나의 해방일지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가장 와닿았던 장면이다.

나의 해방일지 中


대학교 1학년 겨울에 기숙사를 떠나면서 침대밑에 짱박아둔 소주병을 치우던 기억이 난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으나, 100병까지는 안 됐던 것으로 ㅋ)


1학년 기숙사 생활의 첫 룸메이트는 대구 출신의 자연과학대 생이었다.

학과정원이 적어서인지 선배들에게 이끌려 맨날 술에 쩔어왔고, 여러번 내가 등을 두드려준 기억이 난다.


이 친구는 결국 1개월만에 전과를 희망하여 휴학했다.

기숙사비 한학기를 다 냈을텐데, 남은 기간 환불까지 받을 정신은 없었나 보다. (사실 금액도 얼마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1학기 내내 혼자 기숙사를 독방처럼 쓰는 호사를 누렸다.

(우리학교는 기숙사는 2인 1실이었다 ^)


학교안에 웬만한 물건은 다 파는데, 유일하게 안 파는게 딱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소주 (양주도 팔고, 맥주도 파는데???) 하고 껌(이건 학교 지저분해진다고..).


그래서, 가끔 학교밖에 나갔다 올때면 소주 2병을 사오곤 했다.

그 당시에 소주2병 + 컵라면도 2,000원

소주2병 + 쥐포도 2,000원이었고, 

배가 고픈 날에는 컵라면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쥐포를 집어들었다.


거의 대부분 혼술을 했고, 가끔 친구들이 와서 먹을 때도 있긴 했다.

먹고 남은 병을 치우기가 귀찮아서, 침대 밑 공간에 한병 두병 넣어두기 시작했는데,

겨울방학 직전에 기숙사를 떠나면서 이 병들을 다 치우게 되었다.


그나마 2학기때는 삼수한 형이 룸메이트로 오면서, 방에서 술을 못 마시게 했다 ㅋ

안 그랬으면 200병쯤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당시에는 핸드폰도 없었고, (95년)

디카도 아직 보급되기 전이라,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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