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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퍼 Jun 03. 2022

사랑하는 동료와 잘 이별하기

입사 초반, 내 자리에 가끔 간식을 올려두는 옆팀 팀장님이 계셨다. 어느 날은 낱개 짜리 로하스, 어느 날은 유럽에서 온 과자, 어느 날은 보이차 티백... 신입사원을 향한 호기심과 호감을 귀엽게도 표현하던 분이셨다. 자신을 '나이 지긋한 아저씨' 정도로 소개한 그와 긴밀하게 일해본 적은 없었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다. 이후 간간히 디엠을 주고 받으며 더 친해졌다. 우리의 시간은 그의 아이가 나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든가 재택근무가 풀리기 전 핫한 송파 카페를 가보자든가 하는 사소한 농담들로 채워졌다. 


어느 날, 재택 중 그분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회사로 돌아오시면 밥을 먹기로 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둘이서만 있으면 낯가릴 것 같다는 이유로 커피라도 사적으로 마셔보지 못한 채였다. 

소식을 듣고 한 몇 시간 동안은 분주했다. 사회초년생이 장례식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라든가 입고 가야할 옷 따위가 내 검색창에 줄섰다. 그러고는 오전에 서둘러 일을 시작하려는데, 일이 너무 하찮고 작게 보이는 거다. 화상 회의를 하는데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곤 미식거렸다. 안녕하냐니.. 더 그럴듯한 말로 인사하지 못한 내가 위선자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비집고 올라와서 회의하는 동안 카메라를 켤 수도 없었다. 


이전에 몇 번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들의 죽음에 기꺼이 내가 가진 사랑의 이름들을 붙이기로 결심한 적이 있다.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몸이 아파서, 예상치 못해서... 딱딱한 텍스트로 내게 부고를 고하는 이들이 미워서라도, 혹은 그리워서라도 나는 그렇게 추모해야겠다고. 


정을 안 주고 일만 하겠다고 결심한 회사에서 따뜻한 사람과 이별했다. 스물 여덟, 적지도 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직장 내 이별이었다. 일하면서 겪은 몇 안 되는 꾸덕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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