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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파 Nov 22. 2019

베일 벗은 그래미 후보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 트래비스 스캇 : 날 수 있어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현재 미국 최고의 랩스타 중 한 명인 트래비스 스캇의 무대 뒤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다. 수 만 명의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갖춘 트래비스 스캇이 어린아이처럼 변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앨범 < ASTROWORLD > 자신이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 어린아이처럼 들떠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특유의 보수성으로 비판받아 왔지만, 여전히 ‘그래미’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11월 21일(한국 시각), 레코딩 아카데미(The Recording Acamdey)가 제62회 그래미 어워드(The Grammy Awards)의 주요 후보를 발표했다. 변화를 모색한 그래미는 지난 2019 그래미부터, 900명의 선정 위원을 새로 추가하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연령대를 낮추고 인종과 성비의 균형을 맞췄다. 그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지는 시상식이다. 이번에도 변화는 뚜렷해 보인다. ‘그래미의 여왕’으로 사랑받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Lover'를 노래상 후보에 올리긴 했으나,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컨트리 장르가 주요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여성 뮤지션과 흑인음악의 비중이 늘었다.


빌리 아일리시냐리조냐.



가장 인상적인 이름은 역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다. 빌리 아일리시의 앨범 <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 은 미니멀한 사운드와 함께, 내면의 우울을 그렸다. 빌리 아일리시의 마이너 한 정서는 곧 메이저 한 것이 되었다. ‘Bad Guy'는 빌보드 싱글 차트를 포함한 수많은 국가의 차트 1위 차지했고, 그녀가 가는 모든 공연장마다 ’ 역대급‘ 떼창이 울려 퍼진다. 현시점 젊은 세대의 상징으로 떠오른 그녀가 4개의 본상을 모두 수상할 수 있을까. 만약 그녀가 4개의 본상을 모두 수상하게 된다면, ’ 추억의 스타‘ 크리스토퍼 크로스(1981년) 이후 첫 쾌거다. 




물론 빌리 아일리시 외에도 주목받아야 할 이들은 많다. 'Truth Hurts'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린 알앤비-힙합 뮤지션 리조(Lizzo) 역시 그중 하나다. 리조 역시 최우수 신인상, 올해의 앨범상 등 모든 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정형화된 여성의 미를 거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컨트리와 트랩을 결합한 ‘Old Town Road'로 센세이션을 일군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 역시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싱글 차트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입후보한 뮤지션들도 있다. 저스틴 버논의 솔로 프로젝트 본 이베어(Bon Iver)는 앨범상과 레코드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복고풍 사운드 위에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대한 냉소를 담아낸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앨범 < Norman F***ing Rockwell!  > 역시 주목해야 할 후보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인디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는 이번 그래미에서 유일하게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 지명된 밴드다.


BTS 진출은 불발, 그러나.


한편,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노미네이트 여부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 사항이었다. BTS의 그래미 진출은 불발되었다. 아직 그래미가 비영어권 음악에게 문을 열기에는 시기상조였던 것일까.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을 예상해 볼만 했지만, 아리아나 그란데나 션 멘데스 등의 팝스타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미 BTS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나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했기 때문에, 팬들이 갖는 아쉬움은 더욱 커 보인다. ’작은 것들의 시(Boy With Luv)'에 목소리를 보탰던 할시(Halsey)는 ‘미국이 세계의 흐름을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래미가 힙합 음악에 문을 열어주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두고 보자.


한국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겠으나, 음악 팬들 입장에서는 그래미 어워드만큼 1년간의 팝 음악계를 집대성해볼 수 있는 시간도 없다. 62회 그래미 어워드는 다가오는 2020년 1월 26일, 가수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진행과 함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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