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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우 Jun 28. 2022

기억은 생각보다 말랑말랑 하다

기억을 믿지말고 기록하라

기록은 나침반과 같다


 기록은 인류사에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 기록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인류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고 그로 인해 발전해 올 수 있었다. 거시적인 의미에서의 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에 있어서도 이 ‘기록’은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단지 단순한 사건의 나열 만으로도 기록은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간과 장소를 기억하고 거기에 조금 더 보탠다면 그 시점의 의미까지 기록이 된다면 개인사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바로 나의 현재 위치,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시점의 위치’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깯닫고부터는 30년째 쓰고 있는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시간과 장소를 꼭 기입하고 있다. 날씨까지는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기록과 주관적인 기억은 매우 다른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개인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다. 나는 A라고 생각하고 오랜 기간 살아왔는데, 우연치 않게 들춰본 오래된 기록에는 분명하게 B라고 적혀 있다. 나는 이런 경험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하면서도 말랑말랑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편한대로 기억을 밀가루 반죽하듯이 만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지게 되버리는 것이다. 


 이 왜곡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기록’이다. 기록을 통해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고, 그 파악된 ‘사실’이 내 마음과 맞지 않다면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기록이 없다면 머릿속에 ‘말랑 말랑’했던 기억은 내 마음대로 굳어져 ‘착각’이라는 돌덩어리로 남게 된다. 그냥 무던하게 살면되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그러니까 뭔가 생각대로나 계획대로 살지않으면 소심한 결벽이 드러나는 성격의 사람들은 괴로움을 맛보게 될 수 도 있다.


가까운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한동안 부지런함 보다는 조금 풀어지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아니면 그냥 퍼지고 싶은 게으른 마음이 작동해서) 전보다 조금 더 늦게 일어나고, 조금 더 편하게 음식을 먹고, 조금 더 운동을 안 하고 시간을 보내왔다. 물론 이렇게 하니 몸은 편하고 마음은 늘어지고 그것도 괜찮다고, 아니 꽤 좋은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음은 조금 무겁다.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서 조금 벗어났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루즈한 생활은 무척이나 편하고 좋았다. 나는 이런 생활이 한달이 약간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러 기록들을 들춰 보기 전까지는.


역시 기억은 말랑한 것이었고 기록은 정확했다. 이런 루즈한 생활은 한달 남짓한 시간은 아니었고 3개월이 넘게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3개월 정도 좀 편하게 생활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이 얼마나 왜곡되고 자의적인 것인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다행히 남겨진 ‘기록’ 덕분에 ‘사실’은 파악됐고, 나는 또 이 새벽에 자판을 누르게 되었다. 나로서는 ‘기록’의 순기능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인 차원의 ‘순기능’이다.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나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기억을 믿지 말고, 기록하라. 그게 더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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