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Emilio Sep 22. 2020

브레인스토밍은 이제 그만

팀장으로 산다는 것 #16

찬 바람이 불면 슬슬 '워크숍' 공지가 올라옵니다. 주된 주제인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신규사업 검토나 영업전략 리뷰 등이 부가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타임이 된 것이지요. 많은 분이 아이데이션(Ideation: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정)의 방법으로 '브레인스토밍'을 떠올리실 겁니다. 낡고 오래된 느낌이 들지만 사실 브레인스토밍 자체가 지향하는 바는 긍정적인 면이 적잖습니다.


아이데이션 = 브레인스토밍?

영어사전에서 'brainstorm'을 찾아보면 '무언가 논의하기 위해 모이다, 머리를 모으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머리를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에 워크숍이라는 별도 행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죠. 워크숍 장소로 교외가 선택되는 것은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아이데이션을 위함입니다. 이처럼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진행되는 워크숍의 브레인스토밍, 애초 목적과 달리 아이데이션의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

워크숍을 가면 시간과 장소는 달라졌는데, 모이는 '사람'은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상사가 있다면 분위기는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평상시 접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낮섦이 부자연스러운 논의를 낳기도 합니다.


(2) 진행 과정의 미숙함

브레인스토밍의 최대 목적은 아이디어의 '질'이 아닌 '양'입니다. '저런 아이디어까지... '라는 생각이 들어도 접수해야 합니다.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는 순간, 브레인스토밍은 정지하고 맙니다. 따라서 회의 진행의 엄격한 룰을 감독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3) 발언 자체가 회의의 중심

아이디어의 표출방식이 '말'이기 때문에 소위 말발이 쎈 사람들 위주로 주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표출하기 쉽지 않고, 결국 묻어가길 선택할 수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의 한계

다행히 브레인스토밍이 잘 돼서 많은 아이디어가 수집됐다 해도 문제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구난방, 백인백색 아이디어를 어떻게 추려서 실제 적용할 것들을 결정하는 것도 큰일이죠.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브레인스토밍 후에 바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결국 최종 결정은 높은 분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은 했으나 의사결정 방식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는 모양새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입니다. 


소규모 분임토의 방식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인원이 많은 경우 여러 개의 분임조를 운용하면 됩니다. 우선 6명 1개 조로 편성합니다. 그리고 주제와 하위 구분이 적힌 용지를 배포합니다. 그리고 주제별로 각자 맨 위 칸(1, A, 가)에 본인의 아이디어를 써넣습니다(한 라운드에 3개 아이디어). 위의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고, 아예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재할 수도 있습니다. 작성 시간은 라운드 별로 5분으로 제한하고, 시간이 되면 옆 사람에게 용지를 전달합니다. 이론적으로 30분이면 아이디어 수집이 끝나게 되고, 6라운드 후엔 아래와 같이 아이디어로 가득 차게 됩니다.


브레인라이팅 사례 @김진영


이제 아이디어 중 실제 적용할만한 것들을 추려볼 차례입니다. 전체를 놓고 골라보자면 쉽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그래서 활용할 방식이 '쌍대비교법'입니다. 일대일로 비교하는 게 핵심입니다. 아래는 제가 실제 해외 프로젝트를 할 때 설명했던 자료입니다. 구글에서 해당국의 미남미녀 사진을 모아두고, 제일 잘생긴 사람을 고르기가 힘들지 않겠냐, 근데 일대일로 비교하면 고를 수 있지 않겠냐고 설명했습니다. 큰 웃음은 덤이었습니다.


쌍대비교법 설명(세르비아 미남미인) @김진영


위에서 살펴본 3가지 하위 구분 아이디어를 일대일로 비교하면서 평가치를 적습니다. 둘 중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에 '1', 그렇지 않은 쪽에 '0'을 기입하고 완성되면 합산해서 높은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게 됩니다. 아래 사례는 구축할 IT시스템의 세부 모듈 간의 우선순위를 놓고 쌍대비교했던 10명의 결과값을 취합한 결과입니다. 이런 방식이면 아이디어 도출부터 선정까지 누구나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구축 우선순위 정하기 @김진영


브레인라이팅과 쌍대비교법

브레인스토밍은 긍정적인 측면이 충분히 있음에도 기업문화와 상하관계에 따라 큰 효익을 거두지 못한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직급, 성별,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봅니다. 실제 브레인라이팅과 쌍대비교법을 내외부 프로젝트 시 적용해본 결과 기존의 의사결정 방식보다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똑같은 의사결정 결과에도 그 실행에 있어 차이를 가져오는 포인트가 '참여(engagement)'라고 봅니다. 특출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지만 내 의견이 포함돼서 논의되고, 여러 사람이 평가한 끝에 결정이 되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 참여자들이 갖는 관심은 높을 것입니다. 뭔가 의사결정했다는 것은 이제 막, 실행의 스타트라인이 선 것이고, 트랙으로 내달릴 사람은 참여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네이버 연재 #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