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벽에 부딪히지 않을까.
벽은 누군가에게
가족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친구, 때론 경제적 문제, 사회적 제도, 건강..
어떤 이에겐 사사로운 것들이
누군가가에겐 두 눈을 가려
결코 넘지 못할 벽이 되고 만다.
벽은 나와 가까 울 수록 더 많은 것들을 가린다.
멀리였다면 이만큼인지 저만큼인지,
마음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어릴 적,
여름방학 때면 시골 이모집 앞에 있는 강가에서 사촌언니와 수영을 하곤 했었다.
수영을 배운 적 없던 난 언니의 허리춤을 잡고 그곳에 의지한 손아귀 힘으로 강의 물살을 타며 이곳저곳을 다녔다.
놓친 손에 순간 당황하여 허우적 되며 코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매캐한 강물은 신체적 고통보다 더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져왔다.
나중에 알게 된 강의 진실은
비가 내리지 않는 여름철엔 물의 깊이가 겨우 초등학생 가슴께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아래에 대한 두려움
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이 가져온 망설임
망설임이 가져간 용기
하지만 ‘알고 있다’는 말이 ‘할 수 있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란 걸 이젠 알고 있다.
진짜 어른이 되면 그저 알고 있을 뿐일 때도 있다.
너에게 있어 사사로운 나의 보잘것없는 고민들이
늘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