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코나커피를 마시며 걸어볼까요?
지인의 추천으로 하와이 코나커피를 사게 되었다. 하와이 동결건조 인스턴트 코나 커피. 재택근무 중인 나는 전기포트에 물을 팔팔 끓여 자그마치 4잔이나 마셨다. 그래서 오늘은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12시가 지나도 눈이 점점 말똥말똥 해지길래 거실로 나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런 날에는 글을 써야지.'라고 다짐하고, 단숨에 브런치북 목차를 완성했다. 요 며칠 글을 쓴다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왠지 글이 잘 써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취향을 무시하지 않기로 맹세한 요즘이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모조리 적어볼 계획이다. 그 시작이 커피와 산책이었다.
작년부터 지나치게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있다. 집 앞에 스타벅스를 방앗간 드나들듯이 다니고, 회사에 있는 네스프레소 머신 기계를 이용해 출근하는 날은 거의 2-3잔은 마신다. 원두를 사다가 갈아먹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너무나 귀찮아졌다. 유명하다는 커피 맛집의 드립백도 많이 모셔와서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성질이 급한 나는 물을 붓고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지루했다. 그리고 드립백이 컵에 잘 걸리지 않아서 늘 컵 밑으로 수직낙하하는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바로 하와이 코나 커피이다. 아담한 사이즈의 유리병에 들어있는 이 커피는 아주 편리하다. 컵에 커피 한 스푼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 와우. 이렇게 쉽고 간단하다니! 처음 만난 그날부터 나는 이 커피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4잔은 좀 무리였던 것 같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하와이 코나커피를 떠올리면 13년 전 신혼여행지 하와이가 떠오른다. 그리운 하와이. 다시 가고 싶은 하와이. 10주년 결혼기념일에 다시 가자고 약속했건만, 야속한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제주도에 만족해야만 했다. 15주년에는 하와이에 꼭 가보자고 같이 사시는 분에게 제안해 보리라. 하와이에서 아무 생각 없이 결혼식을 끝낸 후련함을 장착하고 둘이서 산책하던 바다의 모래사장이 떠오른다. 마우이 호텔 앞에서 살랑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싱글벙글 웃으며 거닐던 나날들, 젊고 싱그러운 우리 둘의 모습이 아련하다. 오늘은 동이 트는 대로 신혼여행의 추억을 가슴속에 담아 산책을 해볼 계획이다. 커피를 하도 마셔서 잠도 안 오는 이 밤, 추억에 흠뻑 젖게 해 준 코나 커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