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과 도적의 좌충우돌 보물찾기
총평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아주별로 / 별로 / 그럭저럭 / 좋은 / 아주좋음 순서)
캐릭터 : 별로
스토리 : 그럭저럭
연출력 : 그럭저럭
해적1은 재밌었던 것 같은데...
제목을 해적이라고 짓고 부제를 도깨비 깃발이라고 한 것은 전작인 해적과의 연결성이 없음에도 속편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실 1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서도 스토리 상으로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비슷한 점은 이번에도 바다에서 활동하는 해적과 보통 뭍이 주무대인 도적이 함께 활약한다.
그리고 감독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영화에 몰입하기에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아니, 알려줄 건 다 알려주기는 하지만 알아듣기도 힘들고 중요한 장면이 너무 빠르게 휙휙 자나가다보니 그냥 다음 이야기를 보면서 그 전 상황을 추측하는 역추리가 이루어진다. 뭐, 어차피 비밀도 주인공들이 풀고 알아서 모험을 할 테니까 너희들은 잠자코 보라는 얘긴가 싶기도?
그 정신없음은 영화의 처음부터 시작해 후반까지 계속 이어진다. 다행히 호흡이 빨라서 지루할 틈이 없어지는 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이해하기 힘든 내용은 아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해주지는 못한 것 같다. 아니면 영화 특성상 그런건 그냥 넘어가자는 주의인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보물이 숨겨진 위치를 가리키는 해도가 2개 나오는데 하나는 상아에 그려져있고, 또 하나는 도깨비처럼 보이는 깃발에 숨겨져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상아의 경우 무슨 별자리 같은게 보였는데 그걸 보고 바로 보물지도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지도를 보는 방법이 특이하다.
고려 군진에서 쓰이던 방법이라고 상아에 먹물을 묻힌 천으로 싸서 그림인지 암호인지를 찍어내는데 주인공의 출신 덕분에 풀어낸다. 그냥 풀어야 할 문제가 등장하면 거기에 시간을 투자할 생각을 안하는 느낌이다. 후반에 등장하는 해도는 도깨비깃발인데 딱히 계속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막이라는 해적이 보고 기억한 대로 무슨 섬으로 향하니까 보물이 있다는 식인데 역시나 영화식 편리주의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다.
일단 스토리 주 내용이 고려 왕실의 보물을 찾는 것인데 그 과정에 대한 얘기만 있지 중요한 디테일은 빠져있다. 특히 주인공들에 대한 얘기가 부실하다. 대신 CG에 공을 많이 들인 것인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나름 볼만한 게 많았다. 영화를 보는 여러가지 재미 중에서 큰 스크린에서 시원한 영상을 보는 재미는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때는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을 세우고 왕이 뒨 지 4년, 바다 위에서 표류하는 도적(이라고 불리지만 의적이라고 말하는)을 우연히 해적이 구해주고 그 둘이 한 팀이 되어 고려가 멸망하면서 남긴 황실의 보물을 찾기 위해 여러 고난을 겪고 마지막에는 그 보물을 손에 거머쥔다는 이야기다.
1. 처음부터 찾으면 재미없지
해적단 여두목 해랑(한효주)과 그녀에게 구조된 의적 두목 무치(강하늘)은 고려 황실 친위대 주방 장군이 남긴 보물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전전하는데 처음 섬에서는 보물 대신 또 다른 지도를 얻는데 이걸 발견한 경로가 참으로 영화답다. 소떼에게 치여 섬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진 줄 알았던 무치가 마침 튀어나온 나무에 몸을 의지하여 살 수 있었는데 그 옆에서 보물지도인 코끼리 상아를 발견한다.
당연히 첫 섬은 페이크였고, 뭐 대충 암호를 풀고 또 다른 섬으로 이동하는데 거긴 뭐 바다 밑에 강이 흐른다고 어쩌고 그런다. 그런 설정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고 그 강은 어느 지하동굴까지 이어져있는데 드디어 보물을 찾는가? 했더니 응 아니야 여기서 영화를 끝낼 수는 없으니까 또 페이크란다. 그나마 발견한 보물은 은병뿐이었고 진짜 보물인 금절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서 군진에서 쓰는 깃발이 아닌 도깨비 깃발이 등장하는데 이것의 정체는 아까 말했다시피 또 다른 해도, 즉 보물지도였다. 이후 또 다다른 섬에서도 또 한번의 페이크가 등장하는데...
2. 갈등구조가 어째 애매한데
모름지기 영화란 갈등과 고난이 있어야 하는데 해랑과 무치를 힘들게 하는 적이 등장하니 바로 그 이름하여 과거 무치와 반목이 있던 군 장교 부흥수(권상우)라는 작자다. 참고로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대사만 듣고 누군지는 알았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영화를 보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다. 어쨌든 부흥수는 앞으로 주인공들의 앞길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존재 자체도 그렇고 퇴장도 좀 거시기하다.
그런데 부흥수는 딱히 큰 목적이 없는 주인공들과 달리 목적의식은 확실하다. 원래 탐라 출신인 모양인지(제조도의 삼성 설화에 나오는 세 씨족은 고씨, 양씨, 부씨다) 그는 이방원에게 보물을 찾아 왕이 되게 해줄테니 자기를 탐라의 왕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이방원이 잠깐 등장하는데 그 모습은 북방에 있을 때의 이성계와 비슷하다. 등장은 하지만 비중은 없다. 어쨌든 부흥수는 목적이 분명하다. 탐라국의 왕이 되겠다는 것이다. 해적선의 막이가 해적왕이 되려는 것처럼? 그런데 부흥수를 포함해 그를 따르는 형제들은 아무도 제주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결국 부흥수는 탐라국 왕이 되기 위해 보물을 찾고 거기에 과거 무치와 충돌했던 인물이라 만나면 싸울 수밖에 없고, 마지막에는 단 둘이 대결하다 사망한다. 그런데 이 사망장면이 어이가 없...
3. 너희들 카메라 밖에서 뭐했어?
총 3번의 페이크가 있기 때문에 영화는 휙휙 장면이 전환된다. 그러다보니 좀 정신이 없다. 주인공들이 비밀을 풀어서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데 어떻게 푼 건지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게다가 정신이 없는 건 등장인물들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편집할 때 다 잘라먹은 건지 모르겠지만 특히 주인공인 해랑과 무치는 그냥 닥거리는 것만 보여줄 뿐 딱히 감정의 진전이 있어보이는 장면은 없는데 마지막에는 다짜고짜 키스한다.
게다가 나머지 또 한 커플이 있는데 단주인 해랑을 묵묵히 지키고 따르는 한궁과 상아지도를 팔아먹으려던 막이를 붙잡을 때 갑자기 한 식구가 된 해금이 있다. 참고로 해금은 채수빈이 연기했는데 그냥 순수한 백치미를 풍기며 도둑질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모습이 꽤 매력이 있어보이지만 영화에서는 큰 비중이 없다. 자기 입으로 고려의 마지막 공주라고 했는데 이건 떡밥인지 아닌지 풀지도 않는다. 이후 한궁의 옆에 계속 달라붙어 나중에는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데 영화에선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그 간에 많은 일이 있었겠지 하고 상상하라는 얘기인 모양이다. 뭐 영화에서 주인공인 두 남녀가 이어지는 것은 불문율이고 그건 조연 커플도 마찬가지니까. 애초에 여자가 둘 뿐인데 이어질 사람은 빤히 보인다.
4. 이광수의 배신이미지 독인가 약인가
참고로 이 영화에서 주연을 제외한 감초 조연을 보면 세 명 정도가 있는데 한 명은 배신의 아이콘이자 해적왕을 꿈꾸는 막이(이광수), 단주에게 충성을 바치는 소단주 아귀(박지환), 무치와 의적활동을 함께 한 부두목 강섭(김성오)이다.
사실 뒤의 두 사람보다는 영화의 내용흐름에 있어 막이의 중요도가 높기는 한데 워낙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데다가 코믹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런닝맨의 이광수를 보는 느낌이 없지 않다. 후반부에 막이는 자신이 기억하는 도깨비 깃발 해도에 있는 섬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단주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한동안 대가리 행세를 하는데 말만 단주지 영락없는 미운오리새끼다. 그것이 개그포인트인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밉상짓만 하게 되지만 마지막에 보물을 발견하는 공은 결국 막이가 챙긴다. 재밌게도 이 영화에서는 열대지역의 섬으로 보이는 곳에 펭귄이 살고 있는데 펭귄 무리가 보물선과 함께 있고 이를 막이가 발견하게 되면서 주인공 일행들은 보물과 함께 섬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물론 보물을 얻기 위해 막이가 펭귄이 싸는 똥을 맞고 엉덩이를 부리로 찔리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덤이다.
그렇게 손에 땀을 쥘 정도의 긴장감은 없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이 영화의 마지막은 해랑이 무치에게 나랑 계속 같이 있을 건지 아니면 뭍으로 떠날 건지 묻고 그에 대해 무치가 대답하면서 마무리 된다. 관람자로서 둘이 미묘한 관계인 건 알았지만 그렇게 연인으로서 발전할 감정이 언제 싹텄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찬 여장부인 해랑이 무치에게 화통한 키스를 하면서 해적 : 도깨비 깃발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아, 아무래도 아귀는 해랑을 연모했던 것 같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실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그렇개 대놓고 공개적으로 하다니 정말 잔인하구나 커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