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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찬스를 쓰더라도 도리(道理)는 있어야
누군가의 찬스를 쓰더라도 도리(道理)는 있어야
by
Faust Lucas
Nov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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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찬스를 쓰더라도 도리(道理)는 있어야
군대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사람 간에 관계는 각자의 위치에서 도리를 다해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법이다.
사전적 의미의 도리란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이라고 한다.
명절이나 어른의 생일일 때는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전화라도 해서 안부를 여쭈는 것도 도리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문도 해 본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군복을 입고 여기까지 오게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 많다.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으나 안부전화 정도는 가능했다.
1년에 딱 두 번, 설, 추석에 2~3분, 한 통이면 된다. 말처럼 하지 않았던 반성이 앞선다. 요즘처럼 추석 전에는 선후배들, 과거 인연을 맺었던 적지 않은 전우들과 지금도 전화를 주고받는다.
'추석 연휴 잘 쉬어, 이번에는 고향에 가냐?'
'부대에서 운동이나 하렵니다.'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고생한다.'
일상적인 편한 대화이다. 그러나 추석 전 나온 진급 결과에 이름이 없는 비선 된 이와의 대화는 참 조심스럽다.
어쩔 수 없이 곧 있을 보직 이동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진급에 낙선한 후배, 부하들의 진로에 방향과 조언을 해 주는 것도 도리일까?
'내가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스럽다.
예전에는 이런 대화 후 아는 선후배들에게 추천으로 포장한 청탁(?)도 했지만 김영란법 이후로는 뭘 할 수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이걸 은근히 바라는 이들도 있다.
세상 변했다며 에둘러 말하면 다음부터는 연락도 없다. 가끔 생각해 본다. 세상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안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세상은 없을 것이다.
법도 인간이 만드는 것이니 완벽할 수도 없고 사람들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어떤 염치없는 사람은 온갖 그럴듯한 척 다하며 타인의 잘못인지 아닌지도 애매한 일을 침소봉대해서 가슴에 비수 꽂는 걸 즐겼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자신은 더 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들통나자 잘못한 게 없다고
'나만 그러냐? 너희는 안 그러냐? 같은 잣대로 털어볼까?' 등 도리어 큰소리치는 아주~ 아주 훌륭한 분도 계시니...
그런 사람을 향해 도리를 모르고 염치가 없다고 해도 될까? 만약 죄를 짓고도 그런다면 잡범이요 파렴치범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작은 도리를 모르는 사람을 가끔 접했다. 지금이야 법도 그렇고 문화도 바뀌어 군내에서는 없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추천을 빙자한 인사 청탁, 압력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위법한 행위이다.
권리행사 방해, 직권남용, 부정청탁 등 걸리는 게 한 두 개가 아닐 것이다. 한 20년 전쯤 일까? 어느 날 상급부대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에 ㅇㅇㅇ이를 너희 부대에 받아라!'
'예, 알겠습니다.'
인적사항을 조회해 보니 후배이다. 며칠 후 전화 왔다.
'선배님~~, 전화받으셨죠? 그렇게 해 주시면 됩니다. 보직은 용인에 있는 ㅇㅇㅇㅇ가 좋겠는데요!'
'그래, 알았어, 거기 가려면 공부 열심히 하고'
'아~네, 알아서 할게요. 조치되면 전화 한 통 주십시오!'
'그래'
전화를 끊었다. 인접 부서에 있는 후배에게 상태가 어떤지 물었다, 답은 예상대로였다. 한 이틀 고민했다. '모른 척 해? 선배 이야기도 있는데... 그래도 괘씸한데, 말투도 그렇고, 싹수가 없고' 그 선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런 놈 못 받겠습니다. 추천을 하시려면 좀 제대로 된 놈을 하십시오!'
불같은 성격이라 성(姓) 대신에 이름 앞에 개ㅇㅇ이라며 몇 년 선배들도 꺼리던 분이셨다. 좀 걱정은 되었지만 아닌 건 아니었다.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 그놈 받지 마라! 나도 잘 모르는 놈인데 아는 선배가 이야기해서, 네가 말한 대로 똑같이 이야기했다. 그놈 상도의가 없는 녀석이네.'
안타까운 후배이다. 인사 상담을 하는 입장, 후배로서 도리를 해야 하는데... 이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선배님! 저 이번에 ㅇㅇㅇ으로 갑니다.'
'오~잘 되었네. 축하해'
'실무자 알아? 어떻게 통화했어?'
'실무자는 몰라서 통화 안 했고 ㅇㅇㅇ님이 전화해 주셨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야 야 야~, 그래서 직접 전화도 안 했어?'
'네?'
'입장을 바꿔 봐. 뭐라 생각할지? 그 통화는 모른 척하고 니는 니 도리를 해야지~~ 인사라는 게 수시로 바뀌는 거고, 그 담당자가 괘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본성인가? 좀 힘 있는 사람이 도와주면 보이는 게 없는 걸까? 참 안타까웠다. 나이 20살 넘은 성인이라면 누구 찬스를 쓸 필요 없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도 많고 복잡하겠지만 가장 쉬우며 단순한 방법은 주변에서 뭐라 하든 '내 일, 내 역할은 내가 하는 것이 도리이다.
' 선배 찬스, 옛 지휘관 찬스, 상급자 찬스, 엄마 아빠 찬스 등 찬스도 많지만 찬스는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외국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는 '골 찬스를 만들다. 기회를 만들다.'
그들은 다르게 표현한다.
'Create a chance!' 문화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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