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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Aug 24. 2022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 (2020년9월1일 청원출판사)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1      20190612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하는 조직은 승리한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며 해석하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걸 바란다면 이긴다' 는 뜻이다. 요즘 말로 풀어보면, '구성원 모두가 비전을 공유한다 또는 같은 비전을 가진다'는 의미 정도일 것이다.


그럼 누가 비전을 제시해야 해야 하는가? 리더이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권한만큼이나 책임도 크게 주어진다. 리더가 있고 구성원이 있는 조직의 특성상 리더에 의해 조직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개인적 역량이 뛰어난 리더라해도 구성원, 즉 부하들과 공감하지 못하면 몸없는 머리일 뿐,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람의 모든 행동은 뇌의 결정이 수 많은 신경에 의해 주고 받는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실제 행동으로 움직여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뇌에서 결정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들도있는건 .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조건반사적 행위들이다. 주로 이것은 생존과 직결된 것에 의한 신체반응 등이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군대에도 똑 같이 적용해 보면 어떨까? 머리 즉, 두뇌는 리더, 지휘관이고 몸, 손, 발은 그 부하 장병들일 것이다. 이들이 한 사람처럼 움직여야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머리따로 몸따로 움직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병원에 가야한다. 정신과 또는 신경과 등에 가야한다. 예전 같았으면 굿을 하던지 했을 것이다.


군인, 부대가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한다면 병원에 가거나 굿을 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 몸이 머리와 따로 본능적으로 움직인다면 전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니 안전한 곳에 숨어서 꿈적도 안할 것이다. 이래서는 종국에는 적에게 죽을 것이다. 그 부대도 전멸할 것이다.


1, 2차 세계 대전의 영웅, 롬멜장군은 '군대가 병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훈련이다' 라고 했다. 왜냐하면 훈련만이 불필요한 사상자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훈련이란 본능을 극복하는 행위이다. 편하게, 쉽게 살려는 저 밑바닥의 본능을 누르고 자신을 통제하고 훈련해야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머리에서 지시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려움으로 패닉이 발생하면 이성적인 판단은 할 수 없게 된다. 뭔가는 해야 되겠는데 마음은 급하고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은 많은데 할 수는 없게 된다. 우왕좌왕만 하다가 정신을 차렷을 때는 이미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할 골든타임은 지나간 뒤다.


패닉(Panic)은 극심한 공포, 공황을 뜻한다. 쉽게 표현하면 '멘탈붕괴' 라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멘탈이 붕괴된 사람들이 예기치 않게 황당한 언행을 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만드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원인은 심리적 마비(痲痹, Paralysis) 이다. 신경, 근육, 또는 어떤 체계의 기능이 극히 둔해지거나 아예 정지되는 일을 뜻한다. 생명체의 몸에 마비가 일어날 경우 감각이 없어지고 힘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제대로된 판단이나 행동가 거리가 먼 비상식적이면서도 아주 엉뚱하고 황당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두뇌, 즉 정신상태는 정상이지만 근육이 제 역할을 못하는 드문 경우도 있다. 근육마비이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소멸되어 근육이 딱딱해지고, 경련을 일으키며, 갈수록 약해져 크기까지 줄어든다.


손가락, 다리의 근육이 약해져 가늘어지다가 말하기,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려워진다. 모든 근력이 약해지다가 결국 호흡장애도 나타난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이러한 자신의 몸상태는 뚜렷한 의식과 오감으로 끝까지 인지하게 된다. 비극이다!


이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전쟁사, 전사에서도 그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시 독일군의 기갑부대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공격하여 후방 깊숙히까지 다다르자 프랑스군 지휘부는 아무런 지시도 못했다. 전선에서는 적보다 많은 전차, 병력 등이 후방까지 적이 왔다는 소식에 싸워보지도 않고 자신들보다 약한 적에게 항복한 사례가 빈번히 있었다.


한 때 요명했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 라는 영화에서도 주인공 윈터스 중위가 혼자서 대대 규모의 휴식하고 있던 독일군에게 총을 쏘는 모습이 나온다. 독일군들은 놀란 나머지 총 한 번 쏘지 못하고 달아나기 급급했다.


이어 뒷 따르던 윈터스 소대원들에 의해 거의 전멸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약 1/300, 뒤에는 1/10 정도로 적은 수의 적에게 거의 몰살되었던 것이다. 넉 놓고 휴식 중 갑자기 들이닥친 적에게 놀라 본능에만 의존한 결과이다.


총을 쏜다는 생각도 못하고 지휘관의 지시도 무시하고 그저 살기 위해 각자가 본능적으로 달아나다 벌어진 일이다. 패닉! 본능에만 충실한 군인, 부대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한국의 역사상 3대 패전은 칠천량해전, 쌍령전투,  현리전투이다. 이중 쌍령전투는 병자호란 당시

1637년 1월 26일 현재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에서  조선 조총병 40,000명이 청군 기병 300명에게 패하여 8,000여명이 전사하고 10,000여명이 중상당하는 참사가 일어난다.  


남한산성 인근에 주둔하던 6천명의 청군이 곤지암 근처에서 남한산성을 구원하러 온 조선군을 정찰하기 위해 약 30여명의 기마 척후병를 보냈다. 조선군은 목책에 다다른 이를 발견, 조총사격으로 물리친다.


그러나 이 당시 대부분은 아직 조총에 숙련되지 못해 휴대한 탄환들을 거의 다 소진해 버렸고, 탄환 재보급을 요청하는 혼란이 야기되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청군이 목책을 넘어 급습하였고, 이에 놀란 조선군은 조총을 내던지고 무질서하게 도주하는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밟고 밟혀 죽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당시의 국방체계상 제대로된 훈련을 받지 못한 병사들로 급박하게 구성되었고 장수와 병사들, 중간 리더들의 혼연일체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격 통제도 안되었으며, 그저 내 앞으로 적이 오지말라고 그 귀한 총을 쏘아대는 형국이었으니...


임금을 구한다는 신념으로 가득찬 장수는 패전의 책임을 지고 자결까지 할 정도였으나 병사들은 그저 살기 위해 싸운 것이었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 아니라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꼴이었다. 병원에 가거나 굿을 했어야 할 군대이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즉 근육마비와 거의 같은 경우이다. 지휘관은 나라를 구한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으나 부하 병사들이 보인 집단발작 현상은 마치 근육마비 환자와 똑 같다라고 하면 과도한 비약이 되는 것일까? 두뇌, 장수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라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나 이를 행할 병사들은 따로 놀았다. 그저 살기위한 무질서한 몸부림만 친 것이다. 손, 발이 꼬여 버린 것이다.


과거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625전쟁 때도 있었다.

현리 전투는 1951년 5월 16일 ~ 5월 22일 동안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벌어진 전투이다.


중공군의 춘계공세에 맞서던 3군단이 중공군 1개 중대(100여명)가 오마치 고개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고 군단장은 군단을 버리고 항공기편으로 혼자서 군단본부로 "작전회의에 참석한다" 라고 둘러대고 도망한다.


이 후 군단은 지휘통제가 불가능한 Panic 상태, 전장병이 공황에 싸여 와해된 상황이 되었으며, 사단장들을 비롯한 전 지휘관들이 지휘를 포기하고 계급장을 제거한 후 무질서한 도피를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현리에서 3군단 예하 3사단, 9사단 병력 1만 9천여명이 희생됐고, 병력의 40% 가량만 복귀했으며, 소총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무기는 버리다 시피 했다.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 이루어지기는 했는데 그 원하는 것이 승리가 아니라 본능에 충실하게 저마다 살겠다고 하다가 살육당한 것이다.


상하가 동욕을 해도 제대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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