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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Sep 24. 2022

진짜 장애인      200326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 #군인도잘모르는군대이야기


진짜 장애인      200326


중국 우한 코로나로 고등학교 졸업식, 대학 입학식도 안하고 학교도 안가고 기숙사도 안들어가고 있는 이모집에 가있는 하영이가 궁금해졌다. 그 행적을 알 수 있는 건 문자로 날라오는 카드 사용내역, 가끔 부모님과 통화하다가 듣는 목소리 뿐이다.


이어 처가에 가있는 태영이에게도 생각이 미쳤다. 아빠에게 필요한 것이 없나보다. 아니면 느끼지 못하거나! 하영이가 대학 1학년이니 태영이는 대학 3학년이거나 군대 가서 일병이나 상병 쯤 되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또래들처럼 이성에 눈을 떠 물불 안가리고 사랑하고 아파하고 좌절하고 할 시기일 것이다. 그런 일로 신경 안쓰게 해줘서 고맙기도 하다. 돌아보니 크게 신경쓰게 만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중 3때 한 번 빼고는!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귀엽다며 쓰다듬다 선도위원회에 회부되었으니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는 중 3때 선도부장, 아들은 선도위원회 회부, 아빠는 친구들 괴롭힌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아들은 그랬다고 선생님이 오라는 것이다.


조금 이상했다. 태영이가 누구를 괴롭힐 정도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또래 아이들처럼 이성에 눈을 떠 아빠의 경험을 물어보면서 이야기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몇 번 해 본적이 있기는 했다. 병사들이 고민하거나 사고를 치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이성문제는 거의 빠지질 않는다.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이것은 아이들에게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혹시나 그 몇 안되는 특이한 케이스인가? 장애를 가진 아이들 중에서도 우리 아이는 똑똑한 편이라 그런가? 선진국에서는 결혼한 다운아들이 아이도 가지려 해 반대하며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회가 되고 가능만 하다면 독립생활을 시켜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다.


진급을 하고 야전부대로 가게 되어 이사할 곳을 찾을 때 고려 요소 중 하나가 아이들 교육 환경이었다. 특히나 정신지체 아이들은 어떻게 교육 하느냐에 따라 사회 적응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특수학교인 성은학교가 있고 초등학교, 중학교도 일반학생과 같이 통합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정보에 좀 무리를 해 이사했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도로도 건너지 않고 초등학교를 잘 다녔다. 중학교도 교육의 효과인지 혼자서 신호등 색을 구분하고 도로를 건너 교실까지 찾아 다닐 정도가 되었다.


가끔 몸에 상처가 있었지만 워낙 장난을 좋아해 그럴 것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가끔 아버지께서 괴롭히는 아이들 혼냈고 선생님들에게 뭐라 하셨다고 하시면 너무 그러지 마시라 말씀 드리기도 했었다.


선생님? 교사? 공무원?


이런 아이들 지도하려면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짐작도 해보았다. 그래서인지 일반학급 담임외에 특수교육 선생님이 추가로 있다는 말에 기쁘기도 했었다. 두어 달에 한 번 꼴로 집에 와 데리러 갈 때 두 세 번 인사는 했었다. 대부분이 기피하는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썩 좋지도 않은 처우를 받고서도 언제나 웃는 얼굴의 천사같은 존재들이다. 그 통제 안되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전화를 준 교사는 담임이었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았고 선호지역인 신도시에 발령받은 선택받은 교사들이어서 그런지 거만하게 느꼐졌다. 아니면 모든 학부형들에게 갑이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는 내가 을이었다. 잠시 착각!


갑? 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작은 부대라서 병사들의 부모를 가끔 맞을 때가 있었다. 대부분은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심각한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봐야한다. 오라고 하면 깜짝 놀라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서 정중하게 알리게 한다. 다들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학교에서 오라한다. 휴가를 내었지만 급한 업무를 마무리하고 가느라 옷도 못갈아 입고 전투복을 입고 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학교에 도착해 교실을 찾아 가다가 한 교실에서 혼자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던 태영이와 눈이 마주 쳤다. 뛰어 와 볼을 만지며 안으려 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눈과 마주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이가 징계를 받더라도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도 않을거고 미래에 뭐 특별히 부정적 영향이나 불이익도 없을 것같아 안가려 했었다. 성적은 언제나 꼴찌였고 OMR 답안지 카드는 작은 동그라미 색칠 연습지 불과했다. 그래도 여러 동그라미 중 하나에만 표시하라고 알려 주려했던 기억이 났다.


그 동안 학교에서 알아서 잘 했겠거니 믿어 왔다. 자기를 벌 주겠다는데도 혼자서 저러고 있는 아이를 징계한다고? 이런 걸 모를리 없는 선생님들은 뭐했을까? 장애아인데다 부모가 학교에 얼굴도 잘 안보이고 늙은 할아버지만 오가시니 무시했나? 그래서 태영이 몸에 조그만 상처들이 없어지지도 않았나?


다들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특수학급 선생님은 문 입구 바로 옆 구석에 있다가 눈인마주 쳤는데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미안해하는 눈치다. 마음을 고쳐 먹었다.


간사로 보이는 교사가 참석한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다. 다들 멀쩡한 여성들이었고 호칭될 때 표정들이 가관이었다. 자기들이 아이 학교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거들먹거리는 것은 아닐 것인데... 갸우뚱 해졌다.


교감이 위원장이고 교사 몇이 위원, 그 중에서 일반학급 담임도 처음 보았다. 간사가 학칙이랍시고 개요와 징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옆자리 여학생 볼을 쓰다듬으며 '귀엽다. 이뻐'하고 뽀뽀를 하려했는데 다른 여학생들이 '느꼈어? 좋아?'라 하며 놀렸다는 것이다. 이걸 누가 이야기했고 교사에게 시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태영이와 의사소통이 안되니 보호자를 부른 것이라고도 했다. 여러 갑들이 방금 도착한 을에게 물 한 잔 마실 틈도 주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프레임을 바꾸면?


곰곰히 듣기만 했다. 둘러보니 한 십여명되는 정상인들 같은 사람들이 자뭇 심각한 표정, 근엄한 자세, 걱정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을 살펴보니 약간의 호기심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한마디하라한다. 판결전에 변호 등을 하라는 순서인 것 같았다. '저 아빠가 무슨 말을 할까? 왜 우리들 얼굴을 둘러볼까? 아빠는 정상이네' 등등


'제가 이렇게 많은 교사들을 가까이에서 본 적은 처음입니다. 선생님들은 늘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요즘 교사들은 별로 좋지도 않은 대학 나와서 일년에 두 세달은 유급 휴가 받고 실컷 놀면서 짤리거나 주어진 실적 낼 걱정도 없이 자기개발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꼬박꼬박 받고 약하고 어린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갑질을 넘어서 돈이라 뜯는 합법적 파렴치 유괴범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판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부류들을 불량학생 출신이지만 사회적으로 나름 성공한 사람 쯤으로 여겼습니다.


저에게 선생님은 공부에 관심이 떨어질 때 꿈을 다시 일깨워 주셨고 삐딱해지려는 마음을 칭찬으로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부모님이 돈이 없고 못 배우고 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함부로 하지 않으셨습니다.부모님은 낳아 주셨고 선생님은 키워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행운이었습니다. 그러한 선생님들이 학교로 오라는 줄 알고 긴장된 마음으로 왔습니다.


제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봐 주시느라 참 고생이 많으시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도 좀 특이한 병사들의 부모님을 부대로 오시게 해서 만나곤 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안절부절 못하는 그들을 보며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자식 가정교육을 이렇게 밖에 못한 딱한 사정들을 듣고 안탑까워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가고 나면 아이들을 불러 부모님의 마음을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그리하는 이유는 작전이나 훈련과 더블어 병사들이 정상적인 군복무를 하게 하는 것도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의 임무? 직분은 무엇입니까? 지금 이 자리는 마치 코메디 개그 프로그램 촬영하는 곳처럼 보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머리 이상한 환자들이 하는 엉성한 역할극을 보는 듯 합니다'라며 이야기를 했다. 이런 수준의 교사들이 걱정스럽기도 했고 한심하기도 했다.


만약 이런 모습을 제 3자가 보고 있다면 무엇이라 할지 생각해 보라 했다. 정신지체아를 이런 사유로 징계한다고? 그래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했다.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라는 것을 아느냐며 설명해 주었다.


이런 선도위원회를 하는 것을 기자나 학교 외부들이 안다면 무엇이라 할지 생각해 보라했다. '여러분들에게 정신지체에 대해 진료 받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원하시면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사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감사하십시요. 가르키라는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안해도 월급 주는 것, 선배 선생님들에게 감사하십시요. 제가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제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오늘 불러줘서 고마웠다. 오랫만에 학교에도 오고 여러 교사들 수준을 가까이서 보게 되어 알찬 시간이었다'고 했다. 끝으로 선도위원회 위원장인 교감을 포함한 교사들에게 물었다.


'오늘 좋은 날이죠? 운수 좋은 날이라고 들어 보셨죠? 사실은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아 참석안하려 했습니다. 대신 장애인 협회 관계자와 기자 친구들을 대신 보내려 했습니다. 그러다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 증상이 더 악화될까 걱정되었습니다. 차마 자식을 맡긴 학부형으로서 도리가 아닌듯하여 참았습니다. 모쪼록 늦지않게 회복하시길 바랍니다'라며 인사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반성이 되었다. 미친 사람은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데...

'미친놈이 미쳤다고 하는 것 봤냐?' 라는 속담도 떠올랐다. 마치 외눈박이 세상에 있다가 나온 기분이었다. 불쌍한 사람들인데....


교실을 나오는데 천진난만하게 다가와 볼을 마지며 말한다.


'아빠! 가지마! 아빠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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