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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월 Jan 18. 2024

AI 시대에 필요한 '과정'의 예술

手-Feel(수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그나마 Chat GPT가 AI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맛보기(?)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AR(증강현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은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독립적으로 일을 시작하려 준비하고 있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들으며 AI가 가져올 현실에 무서움을 느꼈다.


"이전부터 혼자서 일 할 생각은 있었어. 다만, 나 혼자서는 내가 구현하려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어서 회사에 남아 있었는데, 최근 Chat GPT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개발자 2명 분의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퇴사를 결심했어. 사람을 쓰지 않아도 Chat GPT를 활용해서 혼자서도 충분히 AR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더라고."


Chat GPT 유료 서비스는 한 달에 넷플릭스 같은 OTT 구독료 수준의 비용(월 22 달러)만 지불하면 된다고 한다. 이제는 몇만 원 정도면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 주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실제로 IT 업계에서는 AI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대규모의 개발자 해고를 예상하고 있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한 사람의 개발자를 고용하는데 지불하는 대가, 즉 몇 백만 원의 급여와 각종 장비 지급 그리고 인적 관리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고작 몇 만 원의 사용료만 지불하면 되는 AI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이 더 이상 공상과학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식상한 질문, 그러나 정말 중요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게 대체되지 않는 직업군이 있을까?'


과거에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예술가들이 마지막까지 일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AI의 그림이나 소설을 보고 있자면 이러한 의견도 무색해진다. 여러 뛰어난 화가나 소설가들의 그림과 글을 학습한 인공지능은 그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창적이면서도 매우 우수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스포츠 선수를 떠올렸다. 우리가 스포츠를 볼 때에는 선수들의 뛰어난 역량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인간이기에 보여주는 한계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수와 그로 인한 여러 변수 등이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즉, 사람이 하는 스포츠는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에 그 재미를 더욱 배가 시킨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미래에 로봇이 하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스포츠를 보는 문화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를 찾아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유사하게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 뮤지컬이나 연극에서의 연기자 모두 불완전하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그들의 노력과 열정 등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비슷한 점을 예술 전반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볼 때 감동을 받거나 영감을 얻는 것은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작품을 만든 예술가의 의도와 생각, 그리고 어떤 경지에 오르기까지의 노력과 작품에 기울인 정성 등을 떠올려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AI 시대의 예술은 '결과'의 예술이 아닌 '과정'의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의 결과물만 감상하는 것은 AI가 만들어낸 작품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창작 과정까지 예술이 된다면 어떨까. 화가들은 작품 창작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혹은 실제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작품 창작을 이어 나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소설가는 글을 쓰고 소재를 고민하며 필요한 자료를 취재하는 과정 등을 영상으로 기록하거나 작품을 쓰기까지의 수기를 함께 발간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핵심은 예술의 과정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어쩌면 AI가 잊고 지냈던 사람들의 인간성 일깨워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현대사회는 결과를 중시하는 시대였다. 과정은 어찌 되었든 1등을 하면 좋은 것이고 조금은 정직하지 못해도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이었다. 근데 AI가 나타나며 인간이 만드는 결과물을 가뿐히 뛰어넘는 완벽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결과'로 AI와 승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인간은 결국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노력, 역경, 좌절과 희망 등 여러 감정을 재조명하고 인간성에 대해 다시금 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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