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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 김동률

우리 학교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고, 학생들이 그 공간들을 예약한 뒤에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예약 시스템이 존재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원하는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연극이나 밴드공연 같은 활동들도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과 대가가 따르는 법. 최근 들어 학교 공간들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문제가 한 가지 존재한다. 바로 학교 공간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학교 공간들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물품들을 원위치시키고, 뒷정리를 하는 등 각 공간들에는 기본적인 공간 사용 규칙들이 존재하는데, 계속해서 공간 사용 수칙들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의 가장 대표적 사례인 소리샘과 구학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소리샘은 구학지에 있는 악기 연습실이다. 한 번이라도 사용해 봤다면 알겠지만, 이 소리샘은 관리 상태가 매우 엉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닥에 쓰레기가 나뒹구는 것은 기본에, 음악실에 있어야 할 악기나 앰프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콘센트와 스피커도 너덜거리고 물도 새는 등 시설 자체의 상태도 상당히 열악하다. 더 큰 문제인 것은, 소리샘은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자주 사용되는 공간들을 살펴보면, 공간만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공간예약을 하기가 어렵기로 유명한 신학지의 경우에는 조명기와 콘솔이 존재하고, 학교에서 조명기와 콘솔을 사용하려면 신학지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소리샘은 음악실과 더불어서 둘 뿐인 악기 연습실로, 그 희소성과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음악실은 음악 수업까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에, 밴드나 악기 연습을 할 때 소리샘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구학지도 소리샘과 마찬가지이다. 소리샘만큼은 아니지만, 학년 단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서 은근히 자주 사용되는 편이다. 앞서 말했던 소리샘의 문제들은 구학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소리샘은 공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구학지는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문제들이 특히 도드라진다. 주로 청소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가 가장 큰데, 분실물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기도 하고, 구석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오래된 물건들도 많다.

구학지 사진 - by 공간위

사실 원인을 꼽으라면 다양하게 나올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이러한 문제들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분위기’인 것 같다. 누구 한 명이 무심코 했던 행동이 한 명에서 두 명, 세 명으로 점점 늘어나면서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생각할 틈도 없이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그 분위기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소리샘과 구학지가 정확히 그러한 경우이다. 누군가 무심코 버려놓고 정리 정돈하지 않았던 것이 시작점이 되어서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물건들을 아무 데나 방치하도록 유도하고, 결론적으로 최초 원인 제공자가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계속 이어가게 되면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리샘과 구학지를 예시로 공간 규칙들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 그리고 공간들이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를 간단히 알아보았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특히 심각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나에게만 안 좋은 습관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조차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공간 규칙을 잘 지키는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이우학생들이 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