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동'이 습관을 만든다.

브레인 풀가동해도 습관은 못 만들지.

by 런던도서관
Gemini_Generated_Image_cf398ecf398ecf39.png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의 '독서'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교과서와 만화책 몇 권을 제외하면 책과는 담을 쌓았던 나의 나태했던 인생 말이다.


어릴 때 놀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어린이들의 공동 과업이다. 1%의 별난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이 책상머리에 앉았고, 99% 아이들은 노는 것에 집중했다고 하면 얼추 맞지 않을까? 나는 정확히 99% 아이, 그 중에서도 '놀기'에 심취해 있던 아이 중 하나였다. 책이라는 단어는 학교 서랍 속에나 있는 물건을 호칭하는 것이었다. 세 살 버릇이 여든을 간다고 했던가? 나는 그 관성에 충실하게 몸을 맡기고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대학교는 물론 사회에 발을 들이기까지 했다.


'바빠서 책 볼 시간이 어딨어!'라는 구차한 핑계는 내가 책을 읽지 않게 도와주는 훌륭한 면책사유였다. 실제로 일이 바쁘게 돌아가기도 했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가진 숙명이랄까? 야근과 철야는 '책'이라는 단어가 떠올릴 에너지조차 활활 태워버렸다. 그것도 자그마치 10년동안이나. 벌써 여든의 여정에 반정도는 와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외벌이로 힘든 와중에도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작지만 내 집을 소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회 생활치곤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경제생활에 눈을 뜬 것은 그 이후였다. 노후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회사에만 붙어 있는다는 것은 언젠가 정년이라는 벽에 부딪힌다는 얘기였고, 그 벽은 나를 가차없이 튕겨낼 것이 분명했으므로 준비가 필요했다. 유튜브에서 성공한 사업가들의 이야기와 부업,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등 많은 자료를 찾아본 것도 그 시기이다.


인사이트를 얻으면 언젠가 다시 꺼내보기 위해서 온라인에 기록을 해두곤 했다. 섬세하지 못한 기억력이 내가 기록해놨다는 사실조차 잊는 일이 부지기수였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그 중에 '켈리 최'님의 '도서목록 200선'도 있었는데, 이 기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낸 것은 1년이 지난 후였다. 그 날이 바로 2023년 10월 31일이다. 바로 2년 전 오늘이다.



glenn-carstens-peters-RLw-UC03Gwc-unsplash.jpg


'도서목록 200선'에는 200권은 추천 도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책을 안보던 사람이 어떤 책이 좋은 지를 어떻게 알아보겠는가. 제목만 보고 눈길을 끄는 책 하나를 골랐다. 그 책의 제목은 '미라클모닝'이었다. 아침잠이 많아서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도서관을 종종 다니던 아내에게 책을 찾아봐달라고 했다. 운이 좋았던 건지, 그 책을 보게 하려는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인근의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어 있었다. 아내에게 책 대여를 부탁했고, 그 다음날 바로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을 읽지 않았던 습관때문인지 활자를 읽어서 소화시키기가 힘들었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읽어야 겨우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다. 2주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아침 루틴, 이렇게 만들어보세요! 인생이 달라집니다!'라는 내용으로 정리했던 것 같다. 루틴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지만 인생이 달라진다지 않는가. 부자들이 아침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데, 나도 따라하면 부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은 아닐 거라 확신한다. 나도 그런 느낌에 이끌려 아주 작은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요 루틴은 아래와 같았다.


- 한 시간 일찍 일어나기

- 이부자리 정리하기

- 물 마시기

- 거실에 앉아서 멍때리기

- 스트레칭 하기

- 책 읽기 10분


mathieu-stern-1zO4O3Z0UJA-unsplash.jpg


부자가 된다는데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알람 시간을 조정하고, 스트레칭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다음에 읽을 책을 찾았다. 책을 고를 때 역시나 고전을 했는데, 시중에 어떤 책을 봐야하는지 몰랐기에 다시 '도서목록 200선'을 참고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 그렌트 카돈의 '10배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10배'라는 단어에 꽂혀서 선택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꿀거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성공한 비지니스맨인 그렌트 카돈의 저서 '10배의 법칙'은 열정적인 행동력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내용 중에 내 눈길을 끈 대목은 저자가 마라톤을 했다는 점이었다. '그래? 부자들은 달리기를 한단 말이지?'라는 생각이 온종일 떠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부터 달리기를 해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루틴에 변경이 생긴다.


- 한 시간 반 일찍 일어나기

- 이부자리 정리하기

- 물 마시기

- 거실에 앉아서 멍때리기

- 스트레칭 하기

- 달리기

- 책 읽기 10분


11월 22일, am 5:00. 알람이 울렸다. 미리 정해둔 루틴을 수행했다. 스스로 달리기를 하려고 시간을 낸 것은 첫경험이기에 설레기도 하고,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공존했었다. 새벽 공기가 제법 쌀쌀했지만 각오하고 나온 이상 뛰어야 했다. 루틴을 만들면서 나름대로의 룰을 정한 게 있다면, '생각했다면 행동한다'를 지킨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특정 시간에 하기로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 그래서 차가운 공기때문에 감기가 걸릴까 걱정되어 달리기를 하지 못하겠다는 핑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여지없이 달리기를 했고, 23분간의 혈투를 치러야만 했다.




그 날 이후, 달리기와 독서는 나의 취미이자 건강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달리기를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받을 수 있었고, 독서를 통해서 지식을 얻고 내적 자아도 탐구하게 되었다. 멍때리기 시간에는 명상을 하게 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날 해야할 일들을 정리할 수도 있었고, 가끔은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화들짝 놀라서 급하게 메모를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책을 읽는 행동을 시작한 것에서 비롯한 변화였다.


루틴을 시작하고 나서 흔들린 날도 있었다. 3일째가 되니 몸에 피로가 누적되는 느낌이 있었고, '알람 끄고 다시 잘까?'라는 생각을 1분도 안되는 사이에 수십번 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루틴을 수행하게 한 것은 게으른 마음이 온몸을 침대늪으로 끌어들이려고 할 때, 이불을 걷어 젖히고 몸을 일으키는 아주 작은 행동이었다.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몸이 알고 있다. 매일 하던 것을 오늘도 하는 것. 루틴, 습관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mateusz-zatorski-r0RbcC8nmlI-unsplash.jpg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매일 특정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정해보자. 이부자리 정리도 좋고, 따뜻한 물 마시기, 세수하기 등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몸이 깨어나는데 시간이 필요하므로 천천히 몸을 깨우자. 가벼운 움직임으로 시작해서 몸에 열을 낼 수 있는 움직임으로 발전시키자. 집 밖으로 나가는 달리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맨몸 운동을 해도 좋다. 스트레칭도 동작들을 따라하다 보면 제법 몸이 더워진다. 스트레칭 동작을 매일 똑같이 수행해서 건강하게 몸을 활성화시켜보자.


기억하자.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은 고민도, 검색도, 교수님의 말씀도 아니다. 이불을 걷어 차는 행동에서 시작한다.

keyword
이전 01화달리기, 첫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