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자 Oct 05. 2022

차별을 볼 수 있는 눈

결혼 방학 #11

차별 : 개인이나 집단의 특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구별하여 대우하는 행위 <위키백과>

 

속초살이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파주에 1주일간 머물렀다. 한참 전에 티켓을 구매해 둔 지인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티켓 구매 시점에는 별생각 없이 공연이 끝날 때쯤, 주말 티켓으로 예매해 두었는데 막상 일정이 다가오니 추석과 1주일 간격이라 왔다 갔다 하기도 그렇고, 다른 지인들에게도 공연에서 보자고 한 터라 변경이 쉽지 않았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묘하게 분주하면서도 여유 있는 운정살이의 시간을 보냈던 듯하다. 그리하여 볼 날을 기다리는 공연이 된 그 극은 한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기한 1인극이었다. 나는 그녀를 올 초 내가 진행하는 탐구 모임에서 알게 되었는데,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흥미 있어 개인적으로 몇 번을 만나고 서로의 집에도 오갔더랬다. 우리의 이야기에는 늘 여행과 타향살이가 있었고, 차별이 있었고, 연애와 결혼, 가족이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뻔했지만 가볍지 않았고, 나는 다른 삶의 경험, 성향에도 비슷한 관점과 지향점을 가지게 된 그녀와의 수다가 즐거웠다. 그녀가 작년에 이어 자신의 극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기에 나는 그 극이 얼마나 재밌을지, 혹은 어떤 내용일지 뭐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표를 예매했다. 이미 나에게 그녀는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꾸리고 성장하며 나아가는 멋진 여성이었다. 그냥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공연을 들어가기 전, 함께 동행한 그는 100분짜리 1인극을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공연장 앞 스벅에서 에스프레소를 들이켰다. 10년 가까이 직장인 극단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지인들의 공연을 본 그의 경험상, 1인극이 퍽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을 확률은 낮다고 했다. 나는 1인극을 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별 생각이 없었고, 그의 말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렇게 미리 걱정을 하는 걸 보니 모르는 게 약이다 싶었으며, 극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아도 지인의 이야기이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경험에 의한 우려는, 나의 무지에 의한 별생각 없음과 함께 공연이 시작한 지 20분이 채 안되어 깨졌다. 그 극은 아주 잘 연출된,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은, 노련한 배우의 연기가 빛나는 공연이었다.


그녀의 연극은 묘하게 근래 내가 읽고, 본 <파친코>가 연상되었다.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내가 그녀에게 들은 그녀의 이야기와 파친코라는 책으로 읽은 서사적 이야기가 연극,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시대를 오가는 참신한 연출로 이야기의 흥미를 높였으며, 이야기는 결국 관객을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감으로 초대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그 매체들을 접한 내 상황이 이런 영감을 준 것일 수도 있지만, 새삼 두 작품을 통해 연출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것이 내 소감이다. 이야기의 구조, 형식, 순서를 바꾸는 것 만으로 관객이 극에 가지는 호기심, 궁금증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달까?


극은 그녀가 살던 거제 - 서울 - 뉴욕이라는 공간적인 변화와 가족 - 친구 - 동료 - 스승 - 연인  함께하는 구성원 차이에 따른 위문화의 변화 속에서 다름, 차이에 대한 무지와 오만, 편견  환경의 소수자에게 어떤 방식의 부당한 대우나 폭력성으로 발현될  있는지,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거나   있는지 주인공의 경험에 비추어 보여준다. 한국에서 다수자인 한국인의 , 하지만 비교적 소수자인 연극판 여성으로서의 삶의 경험은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훨씬  극단에 있는 소수자로서의 차별을 경험한 , 조금  선명하게 인식될 기회를 가지게   같다. 내가 여행에서 그랬고, 그리하여 다양한 관점으로 이슈를   있는 사람이고자 하는  하나의 이유로 여행을 지속하는  같이 말이다.   


나는 연극이 끝난 다음날 속초로 돌아왔다. 속초는 내게 아직 익숙하지만 낯선 곳, 편안하지만 적적한 감정이 들게 하는 곳이다. 새삼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곳에도 내가 모르는 하위문화의 편견차별이 존재하지 않을까, 내가 아직은 이곳의 그런 것들을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여행자/이방인의 눈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관찰자의 눈으로  한 번 살펴보아야겠다. 그것이 또 하나의 생활의 재미가 되길 바라본다. 혹여라도 내가 세상에, 타인에게 저지를 비슷한 실수를 줄이는 경험과 통찰을 얻기 위해~ ;)

이전 10화 연휴, 행복해질 기회일지 몰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