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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Oct 10. 2023

삶탐구_ 관성말고 근성으로 살기

삶 탐구를 마치고 환경 탐구를 기다리며....

열두 번째로 진행한 삶 탐구 모임이 특별히 좋았던 이유는 “다르고 다양한", 하지만 한결같이 “성실한" 크루들이었다. 나를 포함한 여덟의 크루 중, 처음 보는 사람이 둘, 모임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이 셋, 모임에 세 번 이상 참여한 크루가 나 빼고 셋, 그리고 내가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람이 둘이었다. 모임은 20대부터 40대까지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기혼이 셋, 미혼이 다섯. 남자가 넷, 여자가. 외국인이 하나,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하나였다. 적당한 익숙함, 낯섦, 아련함의 감정과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기회가 섞여 있는 그룹에서 진행한 삶 탐구는 나를 조금 더 깊이, 다르게, 그리고 솔직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새삼 즐거운 탐구 생활의 기초가 서로의 다름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과 이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구성원의 태도라는 생각을 했다.


매주 20개 이상 새롭게 올라오는 질문들, 60개 이상 달리는 답변과 다양한 자료들도 큰 영감의 소스였지만, 이번 모임은 신뢰가 형성된 상태에서 나누는 1:1 코칭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과 영감을 준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누구와의 대화는 내가 “과거의 나"를 꺼내 쓰게 했고, 또 다른 누구와의 대화는 내가 “과거의 나’ 회상하게 했으며, 어떤 이는 결국 내가 그것을 잃어버렸으며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했다. 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상대에 맞춰 내가 입었던 옷 중 하나를 꺼내 입고 대화를 나누는 나를 상상할 수 있었다. 사람이 얼마나 상호적인지 말이다.


5주간의 삶 탐구가 끝나자마자 추석 연휴를 맞은 관계로, 여운이 그새 옅어진 기분도 있지만 모임 중 내가 발견한 것들을 좀 정리해 볼까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알고 지낸 지 13년이 된 두 친구와의 코칭 대화와 그들이 다른 크루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는 관찰할 기회를 통해 세월의 흐름과 변화가 크게 인지된 경험이었다. 하필 13년 전 나와 어떤 부분에서 비슷한 성향을 보인 그 나이대의 크루가 모임에 있어 과거의 나가 더욱 도드라져 다가왔다. 20대의 나는 무모함과 용감함 사이에서 방황했고, 훨씬 더 쉽게 다쳤지만 센척하느라 다친 상처를 돌보지 않고 무시했더랬다. 삶의 지혜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두려움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지만, 지금과는 달리 무지가 부끄럽다기보단 그게 매력의 소스 중 하나였지 싶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은 결국은 나도 한때는 청춘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고, 나는 이 말을 참지 않고 글로 뱉음으로써 나는 지금 스스로 청춘이 아님을 자백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것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그 시기에 이르러하는 과거  미화활동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Life Journey Map을 정리해 내면서 나는 코로나가 가져다준 삶의 변화를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인생사 새옹지마, 여행자 삶의 비극이라고 여겼던 코로나는 내가 일을 원격근무 화하고 온라인 탐구모임을 시작하고, 결혼 방학을 하고 속초살이를 시작하게 한 시발점이라 하겠다. 현재의 나는 개학과 서울살이를 앞두고 있다. 그 인식이 내게 함께 잘 사는 삶에 대한 상상을 부추겼다. 또한 그에 앞서, 설렘 사이에 껴 있는 걱정과 우려를 살피게 했다. 그냥 넘어가도 살았겠지만, 내가 이 시점에 내 감정과 욕구들을 두루 살피고 그에 기반하여 미래를 상상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나는 서울에서도 걸어서 수영장에 갈 수 있는 곳에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점점 더 쉽게 휘발되는 내 삶의 순간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내 과거를 대우해 주겠다고 생각했다. 놓지 말고 운동하고, 학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현재는 늘 훈련하는 사람의 태도가 함께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미래가 환경에 무해까진 아니더라도 저해한 삶을 추구하길, 주변 사람들이 더 넓게, 다르게 세상을 보는 데 기여하길 바랐다. 벌써 관성의 힘으로 살아지고 있는 이 삶을 근성으로 길을 만들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마음이 어디까지 가든지에 상관없이 내가 잠시 서서 점을 찍고 의미를 부여했음에 감사한다.



환경 탐구 모임이 시작됩니다. 탐구하고 공유하는 일상, 더 잘 사는 삶에 관심 있으신 분들 함께해요!

추천에 "방자"를 적어주세요. 참가비를 할인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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