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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공이 Nov 24. 2024

하얀 방


티끌 하나 없는 하얀 방에서

벗은 몸으로 빨래하는 여자를 보았다


자신의 배를 갈라서

심장부터 자궁까지


검붉은 피 냄새


오장육부를 다 꺼내다가


박박


흰 틈을 비집고 굉음이 들려와도

나무 같은 것들이 앞을 헤집고 다녀도


깨끗이 씻어내야지

검붉은 냄새가 나지 않도록


두꺼운 실로

너덜너덜해진 뱃가죽을

팽팽히 당길 거야


비록 내가 앞을 볼 수 없다 해도

말갛게 씻어내 보이겠어


비릿한 검은 냄새가

온몸을 휘감고 코를 찌르는 날에는

다시 배를 갈라야지


그리고

다시


박박


© 2024 삼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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