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하나 없는 하얀 방에서
벗은 몸으로 빨래하는 여자를 보았다
자신의 배를 갈라서
심장부터 자궁까지
검붉은 피 냄새
오장육부를 다 꺼내다가
박박
흰 틈을 비집고 굉음이 들려와도
나무 같은 것들이 앞을 헤집고 다녀도
깨끗이 씻어내야지
검붉은 냄새가 나지 않도록
두꺼운 실로
너덜너덜해진 뱃가죽을
팽팽히 당길 거야
비록 내가 앞을 볼 수 없다 해도
말갛게 씻어내 보이겠어
비릿한 검은 냄새가
온몸을 휘감고 코를 찌르는 날에는
다시 배를 갈라야지
그리고
다시
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