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톡
네자매방의 카톡이 울렸다. 둘째 언니였다.
- 어제 꿈 속에 실한 참외가 우리집 거실에 있는 걸 봤네. 너무 먹음직스러웠네 -
" 언니가 참외꿈을 꿨다네 이거 태몽인가? 왠지 딸태몽같지 않아 ?"
" 응 "
" 검색해볼까?"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니 귀한 자손이 나올 꿈이고 준수한 아들이라는 부수설명이 있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기분좋은 답변을 받아서 그런지 내내 우리이야기 같았다.
임신확인을 받고 둘째 언니와 전화를 했다.
" 언니 . 참외 꿈 꿨다면서 무슨내용이었어? "
우리집 거실에 커다란 실한 참외가 나와 있어서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다음날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더니 참외가 사라져서 아 꿈이었구나 너무 생생해서 꿈인줄 몰랐다는 내용이었다.
" 아.. 안먹고 냉장고 넣어놓은게 언니 태몽이 아니라서 그런거구나 "
" 난 아니지.. 얼마전에 피를 봤는데... ? 내가 이 꿈을 꾸고 태몽 같아서 너 일까 생각했는데 얼마전에 같이 근무했던 친구가 곧 출산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 아이꿈을 내가 꿨나 했지. 그런데 정말 연락하던 사이가 아니라... "
가까운 사람이 태몽은 꿔준다고 하던가...
" 너는 별일 없어? "
" 아... 난 아니지... "
그런데 속으로 아차 싶었다. 아니지가 아니고 모르지라고 했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말에는 정말 힘이 있는 듯 하다.
임밍아웃을 언제쯤 해야 할까 고민하던 즈음 대부분 12주가 지나면 임밍아웃을 한다고 한다. 남편은 얼른 이야기 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고 엄마는 6개월은 지나야 이야기 하라던 말과 달리 6주차 되니 "고만 이야기 하자 기도도 받고"(우리집은 모태신앙이다) 마음이 어느순간 바뀌어있었다. 아이가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나보다. 고민하던 끝에 초음파사진을 자매들 방에 투척하자 큰 언니가 제일 먼저 전화가 왔다.
" 어.. 이거 머야 ?"
" 언니 나 임신했어 휴직한지 이제 일주일 되가. "
" ......... 너무 축하해 .. 흑... 흑흑흑 "
언니가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너무나 오랜시간 기다리고 고생한 걸 알기에 우는 언니를 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 언니 울지마 아직 비밀이야. 자매들한테만 이야기 했어. 엄마아빠랑 "
이상하게 아직 오픈하면 안될거 같았다.
" 웅.. 너무 축하하고 내가 올해가 가기 전에 될줄 알았어. 느낌이 그랬어. "
다들 나의 임신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니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다.
따르릉. 둘째 언니였다.
" 이게 머야? 임신이야 ? "
" 응. 나 임신했어."
" 아... 역시 그 꿈이 니꿈이었네.. "
" 웅. 맞아. 그 때 참느라 힘들었네.. "
둘째 언니도 훌쩍였다.
눈물이 나올것 같으니 끊자였다. 정말 자매들 스타일이 다 다르다니깐 ....
마지막 막내였다.
" 언니 잘됬다. 언제 임신된거야 ?"
역시 질문 스타일도 다달라. 발랄한 막내의 질문이었다.
" 언니 좀만 더 빨리 말하지. 오늘 애기 용품 나눔했는데 아쉽.."
" 아.. 나 다줘야지.. 나 물품 하나도 안살건데... "
" 언니 아직도 많이 남았어. 걱정마.."
그리곤 임신시 필요한 것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막내동생이 제일 최신 경험자였으므로 많은 정보를 풀어주었다. .
따르릉. 직장동료였다
" 축하해 "
노산이었고 몸 상태가 안정을 취해야 했으므로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육아휴직을 냈다. 사무실 정리를 하고 들어온 그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 아직 사무실 직원 외에는 아무도 모를 텐데 어떻게 알았어요? "
"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어. 내일 발령 날거라고... 그런데 너가 메신저에 없길래 ... 아 뭔가 좋은 일이 있나보다 했지. "
" 아 그랬구나. "
" 나도 남은 육아휴직 쓰려고 했는데 발령낸다고 해서 육아휴직 이야기 하니 육아휴직 조금 미루면 안되냐고 하더라. 사실 나는 그 자리 가기 싫은데 .. 아 현타 옴.. "
" ... 아... 맞아요. 쉽지 않은 자리긴 해요.. "
이전에 같이 근무도 했었고 지금은 같이 근무하지 않지만 열악한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겠지...
" 고맙고 미안해요. 저 정말 잘 되야 겠어요. "
" 그래 정말 잘 되야해.. 나 발령까지 났잖아. "
내가 휴직을 들어가자 근무하던 사무실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회사에서 내 자리에 발령을 낸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내 상황이 긴박하다고 판단해 바로 육아휴직을 내줬지만 일하는 동료 입장에서는 나로 인해 본인의 자리도 옮기게 되고 또 기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니 억울하겠지... 항상 느끼지만 사회생활이 참 어렵다. 마냥 축하만 해줄 수 없구나... 아무리 이해하고 싶어도 서운한건 어쩔 수가 없다. 나라면 어땠을까... 전화까지 하면서 상대방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하려 했을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옳고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와 배려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듯 하다. 그리고 섣부른 판단과 행동은 자칫 본인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누구도 비난할 수 없지만 가족과 사회의 괴리가 느껴지는 씁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