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환자들은 대부분 아프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내원한다. 치통을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살짝 신경만 쓰이는 정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통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절반 이상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낸다. 심지어 치과 의자에 앉으면 환자들의 심박수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화가 나 있는 사람을 지혜롭게 대하는 방법은 여전히 부족하고 어렵다.
1년 차 때 스케일링을 받은 환자가 치석이 많은지 물어본 적이 있다. 치석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당당하게 치석이 많다고 대답한 나를 본 환자는 당황했고 같이 일하는 선생님은 따로 불러내서 쿠션어의 존재를 알려줬다. 쿠션어는 부탁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할 때 더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한 말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난관에 봉착한 순간이었다. 사실대로 전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기분도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으로의 사회생활이 암담하기까지 했다. 그 사건 후에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입냄새가 많이 나는지 끈질기게 물어보는 환자도 있었다. 처음에는 입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2분에 한 번씩 물어보는 환자에게 화가 나서 “좀 나는 것 같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환자는 당황하며 머쓱한 웃음을 짓고 진료실을 나갔다.
파워 T 인간으로 살아온 지난날들이 생각나며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쿠션어의 존재만 알고 있었지 왜 써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받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현재는 말을 예쁘게 하는 법에 대해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