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by 물끼

복잡한 걸 싫어하고 일생을 단순하게 살아온 내가 2024년부터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뭘 할 때 행복하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뭐지?'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지?'


질문은 많지만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명답은 찾지 못했다.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험의 지팡이를 짚고 생각이라는 돌다리를 톡톡 건드리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여행들을 내 삶에 끼워넣고 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을 수 있구나를 알게 됐다.

오늘은 나답게 살기 위해 노력한 것들 중에 효과가 있었던 것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적어보기

준비물: 나만의 공간, 하얀 백지, 종이, 가사가 없는 피아노 bgm


연필을 쥐고 혹은 메모장에 무작정 적어본다. 어떠한 형식도 얽매이지 말고 나의 머리에서 팟 떠오르는 단어, 경험, 색, 냄새, 모양, 사람, 공상 등을 적어본다.


내가 걱정하는 것

- 병원을 오래 다녀야하는 병, 쉬는 날 회사에서 오는 알림, 가족의 죽음, 돈이 부족한 것, 열심히 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무턱, 그 시기에 맞는 경험을 놓치는 것, 미디어 숏폼에 중독되는 것,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 플라스틱으로 인한 자연 파괴, 지금 하고 있는 직업에서 도태되는 것, 제 2의 인생을 못 찾는 것, 시력이 떨어지는 것, 운동 습관을 갖지 못해 살이 찌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 수영, 그림 그리기, 글쓰기, 오전부터 트래킹하기, 영어 공부, 조용한 공간에서 책 읽기, 낮잠, 어딘가 훌쩍 떠나 일상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하며 자연 구경하기, 낯선 곳에서 혼자 무언가를 해내기,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 이연님의 자아 성찰 채널을 라디오처럼 듣기, 해산물 먹방 듣기, 샤워 후 바디 로션 바르기, 노래 들으며 설거지 하기, 빨래 널며 섬유 유연제 향기 맡기, 퇴근 후 따뜻한 나의 침대를 소굴로 만들어서 영상 보다 자기.



원초적인 욕구에서 경험으로 연결하기

준비물: 기억력, 의지


걱정하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에서 나올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에서 나올 수 있다. 처음에는 이 리스트들을 적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걱정만 가득하고 좋아하는 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연필만 끄적일 수 있다. 때문에 이 리스트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원초적인 욕구에서부터 작은 시작점을 찾아갔다.


운동 습관을 갖지 못해 살이 찌는 게 싫어요 (걱정 욕구) -> 운동을 해요 -> 이왕이면 재밌게 해요 -> 어릴 때 수영 좋아하지 않았나요 -> 수영을 등록해요 (경험) -> 수영이 재밌어요 (좋아하는 것 찾음 +1) -> 나 혹시 물에서 하는 활동을 좋아하나요 -> 물과 관련된 콘텐츠를 더 찾아요 -> 프리다이빙을 등록해요 (경험) -> 프리다이빙도 재미있어요 (좋아하는 것 찾음 +2)


이렇게 작은 걱정 욕구부터 이걸 해소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원초적인 욕구는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걱정을 먼저 지워야 여유가 생기는 타입이기 때문에 걱정 리스트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했던 것 같다.


수영, 프리다이빙 즉, 물에서 하는 활동을 좋아한다는 걸 찾아낸 결과 나는 걱정 리스트에서 아래의 리스트들을 일부 해소했다.

- 병원을 오래 다녀야 하는 병 -> 사람의 수명은 내가 어찌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치의 병에 걸려도 '운동을 했다면 괜찮았을까?'식의 걱정은 안 할 것 같다.

- 열심히 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 주 2일 수영, 한달에 1번 프리다이빙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꽤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서 이 후회 또한 줄어든다.

- 제 2의 인생을 못 찾는 것 -> 나 어쩌면 해외 혹은 국내에서 물과 관련된 강사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은퇴 후 동남아를 돌아다니며 물과 관련된 레저를 취미로 할 수 있지 않을까? :-)

- 운동 습관을 갖지 못해 살이 찌는 것 -> 물에서 활동하는 열량 소모는 의외로 어마어마하다.


나답게 산다는 건 어쩌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을 발견해야 실현될 수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찾아낸 경험에서 나의 상태가, 나의 기분이 충만함을 느낀다면 그 순간과 그 시기만큼은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 중인 건 아닐까.



경험을 기반으로 내가 살아보고 싶은 방향 가정해 보기

준비물 : 긍정, 부정 경험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적을 수 있는 작문력.


경험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꽤 구체적으로 나의 가치관이 정립이 된다. 그리고 놀랍고 감사하게도 이런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을 넘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리스트가 부록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점수를 따기 위한 시험은 싫지만 영어 공부를 하는 것 자체는 재밌있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한 달 살아보기 버킷 리스트가 생겼다.

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내 몸을 컨트롤하는 것이 즐겁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보홀과 같은 멋진 바다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싶은 버킷 리스트도 생겼다. 대신에 이 버킷 리스트들이 내 일생을 바쳐 아주 긴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나를 충만하게 하는지는 고려해볼 사항이다. 덜컥 직장은 관두고 저 버킷 리스트에만 매진을 한다면 돈이 부족한 것이라는 걱정이 아주 커질 것이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디지털 노마드 혹은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나만의 콘텐츠를 운용하고 싶다는 방향이 생겼다.



가장 원초적인 욕구부터 시작해 경험을 기반으로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을 아는 것만으로도 나는 꽤 만족스러운 오늘을 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