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의 세계

by 록유

아이들과 함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산문을 쓰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했다. 생각을 조금 확장해보자고 했다. 가족은 아니지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경비원 아저씨나 이웃들. 그러자 지웅이는 생각이 났다고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4학년 때 학교를 마치고 피아노 학원에 가기 위해 신호등을 건널 때 만난 할머니가 계시다고 했다.

매일 신호등 앞에서 교통지도를 해주시던 분이셨다. 지웅이는 할머니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느 날이었다. 할머니가 지웅이를 손짓으로 살짝 부르셨다.

“얘야, 이리 와 보렴.”

지웅이는 어리둥절해하며 할머니 가까이로 갔다. 할머니는 품에서 조그만 상자를 꺼내셨다.

“이거 가져가서 먹으렴.”

할머니는 쿠크다스 한 상자를 주셨다. 지웅이는 놀라기도 했지만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지웅이는 할머니가 왜 과자를 주셨는지 궁금했다.

며칠 후 할머니가 다시 지웅이를 부르셨다. 이번에는 젤리를 한 봉지 주셨다.

“할머니, 왜 저한테 과자를 주시는 거예요?” 지웅이가 궁금해서 묻자,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너를 보니까 우리 손자가 생각나는구나. 너가 나에게 매일 인사를 해주니까 기분이 좋단다.”

지웅이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몇 번 친절하게 인사를 했을 뿐인데 좋아해주시니 마음이 뿌듯했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지웅이는 할머니가 어디 아프신가 걱정이 되었다.

며칠 후 할머니를 다시 보게 되자 지웅이는 달려가서 인사를 했다.

“할머니, 그동안 왜 안 오셨어요?” “응. 다른 학교에서 교통지도를 해야 했어.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지?”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지웅이를 꼭 안아 주셨다. 지웅이는 할머니가 안아주시자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외할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방학을 하면서 할머니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었다. 방학이 끝나고 난 후에도 할머니는 다른 학교를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할머니를 더 이상 보지 못하면서 지웅이는 할머니를 잊어갔다. 가끔 신호등을 건너다가 할머니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글을 쓰면서 지웅이는 글을 쓰는 게 힘들지 않고 즐겁다고 했다.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글을 쓰니 행복한가 보았다.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보면서 마음이 벅차올랐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독서교실에 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에는 이웃 어른을 만나면 꼭 인사를 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른들. 어른이 되고 나니 왜 어른들끼리는 인사를 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웃에 살지만 무심하게 지나치는 얼굴들. 가볍게 웃어 주는 것도 한없이 어려운 사람들. 아이들이 건네는 웃음을 이슬처럼 받아먹으면서도 서로를 향해 차가운 얼굴을 내보인다. 작은 친절에도 우리 마음은 무방비 상태로 무너질 텐데 말이다. 어른들도 서로에게 웃음을 보이면 좋겠다. 미소를 건네고 눈으로 인사하고 ‘안녕하세요.’를 주고받으며 다정의 세계로 한발 걸어들어가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은 한 뼘 쯤 더 친절한 세상이 될 것이다. 오늘부터 눈웃음을 아끼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