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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Oct 30. 2024

챗GPT는 ‘알잘딱깔센’을 못 합니다

회사에서 챗GPT로 글을 씁니다

일단 챗GPT를 깔긴 깔았는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챗GPT에게 좀처럼 말을 건네지 못했고, 어렵게 만든 결과물은 영 맘에 안 들었습니다.


챗GPT와 대화하는 방법이 궁금한 분들께, 제 선배인 C그룹 부장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퇴근 1시간 전에 프로젝트가 위에서 툭 떨어진 슬픈 날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하필이면 프린트 까지 자꾸 말썽이라서, 선배가 신입사원에게 파일 출력을 급히 부탁했다죠. 그런데 몇 분 째 무소식이라 신입사원을 다시 불렀대요.


“출력 아직 안 됐어요?” (짜증)
“아뇨, 바로 출력했습니다.” (의기양양)
“출력물은 어디 있는데요?” (의아)
“프린터 앞에 있습니다.” (순진무구)
“뭐? 나한테 빨리 갖다 줘야지!” (황당)


그러자 그 신입사원이 정말로 깜짝 놀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출력만 말씀하셨지, 가져와 달라고는 안 하셨잖아요?” (퉁명)



이 말을 듣고 선배는 “당연히 가져다 줘야 하는 거 아냐?”라며 큰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시트콤에서나 보던 일을 막상 마주하니 말이 잘 안 나와 버벅댔다고 합니다. 그리고선 저에게 달려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는 신입사원이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출력물 하나 책상에 못 올려놓느냐”라고 하소연을 하는 겁니다. 참고로,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 선배의 답답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신입사원이 부장을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라면 저럴 수 없다고 봐요. 그런데 의외로 제 주변 선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안 당해봐서 그렇겠지만) “아이고, MZ세대한테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그 부장님이 좀 꼰대 아냐?”라며 신입사원 편을 드는 사람도 여럿 있더라고요. 다른 건 몰라도, 그 선배가 꼰대인 건 맞습니다만 저는 선배 편입니다.


아무튼, 생성형 인공지능과의 대화문법과 방식을 익히지 않으면 이런 일이 챗GPT와 일을 할 때도 종종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짬과 눈치라는 게 있지만, 국회 도서관을 통째로 머리에 넣고 있다는 그 똑똑한 챗GPT에게는 놀랍게도 그런 게 없으니까요. 앞으로 우리가 챗GPT를 활용한 최적의 글쓰기를 완성하려면 ‘어떻게 질문하고 무엇을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를 깊게 고민하는 게 먼저라는 말씀입니다.


네이버와 구글의 시대에는 ‘검색’이 핵심역량이었다면, 챗GPT 시대에는 질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에 건네는 질문을 조금 어려운 말로 ‘프롬프트(Prompt)’라고 부르고,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어떻게 해야, 회사에서 챗GPT로 적정 수준 이상의 글쓰기를 신속히 수행할 수 있을까요?


첫째, ‘구조화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걸 안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순서없이 물으면 챗GPT가 써오는 글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구조화된 질문은 몇 개의 모범답안이 이미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외우기 어렵다면, RTF, TAG, CARE, RISE처럼 앞글자만 외운 다음 요소별로 내용을 채워 넣기만 하면 됩니다.

[프롬프트 프레임워크 예시]
1. R-T-F: 역할(Role)-작업(Task)-형식(Format)
2. T-A-G: 작업(Task)-액션(Action)-목표(Goal)
3. C-A-R-E: 맥락(Context)-액션(Action)-결과(Result)-예시(Example)
4. R-I-S-E: 역할(Role)-지시(Instructions)-단계(Steps)-최종목표(End Goal)

아마도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여러 프레임워크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핵심 요소가 뭔지 알아채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역할, 맥락, 지시. 이걸 옛날 개념으로 풀어내면 육하원칙(5W1H)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누가(역할), 무엇을(지시), 어떻게(예시, 단계, 포맷), 왜(맥락)에 대한 내용을 명확하게 입력해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입니다. 유사 자료 여부, 이 글을 쓰는 이유, 장소와 시간, 가장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 독자와의 관계, 독자의 배경지식와 입장 등을 함께 알려주면 엉뚱한 글을 써올 우려가 절반 이하로 확 줄어듭니다.


둘째, 정보의 내용을 가득 채워 넣어야 합니다. 구조가 철사로 인형의 뼈대를 세우는 일이라면, 정보는 찰흙으로 뼈대 위에 살을 붙이는 일입니다. 일단은 지루할 만큼 최대한 길고 자세하게 쓰시는 게 좋습니다. 준비한 재료가 일단 많아야 어떤 요리든 입맛대로 상황과 목적에 맞춰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예들 들어 “너는 직장인이야!”라고 역할을 주기보다는 “너는 에너지공기업 사장의 취임사를 쓰는 20년차 전문 스피치라이터야!”라고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건배사를 써 줘!”라는 애매한 작업 지시보다는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에너지효율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에서 국내외 에너지기업 대표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오찬을 할 때, 긴장을 풀 수 있는 격식있고 편안하면서도 주제를 잘 살린 건배사를 선창과 후창의 형태를 갖춰서 20자 내외로 3개 제시해줘.”라고 시시콜콜하게 쓰는 게 대충 쓰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 역할과 지시가 모호한 프롬프트
 (역할) 넌 직장인이야. (지시) 건배사 써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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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 함께 모여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우리의 도전과 노력이 언제나 빛을 발하고, 앞날에 꽃길만 펼쳐지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오늘을 위하여!'   
 ▣ 역할과 지시가 구체적인 프롬프트
 (역할) 너는 에너지공기업 사장의 취임사를 쓰는 위트와 유머가 있는 20년차 전문 스피치라이터야! (지시)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에너지효율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에서 …(중략)…  3개 제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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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격식을 갖추면서도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선창과 후창 형식의 간결한 건배사 세 가지입니다. 에너지업계의 국내외 대표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영어를 조합하여 구성했습니다.     

1.  "탄소중립, 함께 갑시다!"
     "Go Together!"
2.  "에너지 안보, 우리 모두의 책임!"
      "Energy Security!"
3.  "에너지효율로 지속 가능한 미래!"
      "Future of Energy!"


셋째, 구조에 맞춰 내용을 충분히 채워 넣었다면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할 차례입니다. 이때는 과도한 예의나 감정표현, 불필요한 말습관, 미사여구 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아무리 챗GPT가 사람처럼 대답을 한다고 해서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를 부탁드려도 될까요?”와 같은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말의 의도를 숨기거나 빙빙 돌리는 복잡한 말투도 지양해야 합니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라는 충청도식 과속금지 안내판처럼 요청하면, 챗GPT는 그 안에 숨겨진 맥락, 문화적 배경, 의도를 사람처럼 즉시 이해하지 못합니다. 프로세스 오류, 즉 혼선만 부추길 뿐입니다.


제가 글쓰기 현장에서 사용해본 결과, 해석의 여지가 많은 ‘열린 프롬프트’보다 해석이 분명한 ‘닫힌 프롬프트’에 가까울수록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 대해 말해줘!”라는 요청과 “인공지능의 세 가지 주요 응용 분야를 나열하고 각각에 대해 한 문장으로 설명해줘.”라는 요청의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아무런 정보나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열린 프롬프트’를 사용해 자료수집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철저하게 계산된 질문일 때 제한적으로만 효과적입니다.


▣ 노이즈와 오류가 많은 간접적 질문
 
저기요, 흐음. 좋은 보도자료에 대해 알려주면 무척 감사할 것 같은데요, 보도자료 요령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알려주실래요?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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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맞아요. 보도자료는 기자들이 쉽게 기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다음 몇 가지 요소에 주목해서 작성해보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1. 명확하고 간결한 제목
2. 육하원칙
3. 객관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기술
4. 뉴스가치가 있는 콘텐츠
5. 인용과 담당자 정보 포함

잘 정리된 보도자료는 언론사에 제공하는 글일 뿐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 창구이기도 합니다.
▣ 노이즈를 제거한 직접적 질문

 신제품 보도자료 작성 요령 3개로 요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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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1. **강력한 도입과 헤드라인**: 제품의 가장 큰 강점과 차별점을 강조하는 헤드라인을 짧고 임팩트 있게 작성하여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2. **명확한 제품 설명과 주요 혜택**: 제품의 주요 기능과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을 간결하게 설명하여, 독자가 제품의 가치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3. **연관성 있는 인용과 구체적 자료**: 인용문이나 관련 수치를 활용하여 신뢰성과 구체성을 더하고, 현재 트렌드와의 연결점을 제시해 기사의 활용도를 높입니다.


지난 20년이 구글과 네이버의 시대였다면, 지금부터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프롬프트는 챗GPT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언어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답답할 수 있지만, 신입사원을 가르치는 마음으로 조금만 연습하시면 누구나 유창해질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이 회사에서 승진 시켜주고, 밥도 먹여주는 시대가 금방 옵니다. 이건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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