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 수필로 끄적이기 #4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 종이와 잉크 냄새 그리고 서점에 구석이나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 인터넷의 발달과 전자책의 출현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종이책은 오히려 굳건하게 남아있다.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종이책을 선호한다. 물론 전자책의 장점이 있다. 휴대성이라던지 기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미국과 동시에 한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오디오북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종이책을 대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종이책을 읽는 이유가 있더라면 인간이 느끼는 감성이라는 부분이 가장 크게 차지하지 않나 싶다. 전자책을 읽어보긴 했는데 감성적으로 종이책보다 강도가 약하다고 느꼈다. 종이책은 읽다 보면 내가 지금 책이라는 것을 읽고 있구나 하는 인지구분이 되는데 전자책은 다가오는 것이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 추천을 받아서 전자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했지만 한 번 정도 읽은 후 종이책처럼 다시 잡고 읽는 경우가 없었다.
종이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구절을 줄을 치거나 포스트잇으로 표시해서 보거나, 아니면 맘에 드는 문구를 핸드폰이나 공책에 적어 넣기도 한다. 물론 전자책에도 있는 기능이지만 결국 감성의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얼핏 전자책이 더 친환경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전자기기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고려하면 오히려 오래 보관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읽는 종이책도 나름의 환경적 가치가 있다. 최근에는 재생용지를 사용하거나 친환경 잉크로 인쇄하는 등 출판계의 환경 보호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가 책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스타그램', '북튜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책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해졌다. 책 리뷰 영상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SNS에서는 책의 문구를 공유하거나 인증숏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세대들이 책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종이를 넘기는 느낌과 원하는 책을 직접 만지며 찾아보는 즐거움. 눈으로 보고 소리 내면서 작게 읽다 보면 어느샌가 책에 빠지다 보니 아직도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찾기 쉽게 정리해 놓은 책들. 사람들은 책을 사기 위해 어떤 사람은 간단한 정보를 직접 찾아보기 위해 혹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서점을 찾는다.
서점의 모습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이나 일본의 츠타야 서점처럼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을 넘어 카페와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한 곳이 있는가 하면 '블라인드 북샵'처럼 책의 표지를 가린 채 내용만으로 책을 고르게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곳도 있다. 또 다른 서점은 전문 북큐레이터가 독자의 취향을 분석해 책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치 옷이나 음악처럼 개인의 취향에 맞는 책을 매칭해 주는 것이다. 한 달에 100여 건의 문화행사를 여는 서점도 있고, 독서모임이나 작가와의 만남을 정기적으로 여는 곳도 많아졌다.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도 늘어나고 있다. 대형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책을 만들어 선보이는 독립출판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런 책들은 기존 출판물과는 다른 실험적인 디자인과 내용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홍대, 을지로 등 도시 곳곳에는 이런 독립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책방들이 생겨났고, 주말이면 이런 책방들을 순례하는 '책방 투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 그리고 오디오북은 점점 발전해 가고 인터넷서점에서는 심지어 기존 서점보다 10%가량 저렴하게 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점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읽는다. 편리한 온라인이 있음에도 그들은 왜 서점까지 발걸음을 하는 것일까?
이 부분도 어떻게 보면 감성의 문제일 수 있는데 책의 섬세함 부분을 보거나 찾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갔을 때 의류 점원이 옷이나 신발을 직접 신어보게 하고 권유한다. 인간이 직접 만지거나 입게 되면 소유 욕구나 지불 허용 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서점에 직접 가면 책을 직접 만지고 원하는 부분을 펼쳐서 내가 보면서 책에 대해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찾는 것 같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더 활성화된다면 종이책의 위기는 또다시 거론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의 발전이 곧 아날로그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책은 전자책만의 독자적인 길을 나아가며 발전할 거고 종이책은 종이책만의 장점을 노려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비록 시장이 축소될 수는 있어도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종이책은 그들의 곁에서 종이의 향기를 나눠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