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동산 상담을 하면서 매년 비슷한 전화를 받는다. “선생님… 제가 작년에 산 집이 재개발 구역 됐는데, 조합원 명부에 제 이름이 없대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목소리가 떨린다. 그 떨림 속에 담긴 돈은 보통 5억에서 15억 사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이 ‘구역 지정 전에 샀다’만 믿고, 정작 법의 칼끝을 모르기 때문이다.
2025년 지금, 법은 훨씬 교묘해졌다. 정비예정구역 공람·공고를 아예 생략할 수 있게 바뀌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그리고 그날부터 건축허가, 토지분할은 사실상 불가능. 투기 세력을 원천 차단하려는 장치다.
142개 조항 중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투기과열지구라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산 사람은 등기 넘겨받아도 조합원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 즉, 입주권이 없다. 그냥 현금청산 대상. 서울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라는 걸 잊지 마라.
이게 제일 잔인하다. 한 사람이 구역 안에 집 두 채, 상가 하나를 가지고 있다 치자. 조합 설립된 뒤에 상가 하나만 팔아버렸다. → 산 사람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 (지위승계 금지) → 판 사람은 남은 두 채마저 청산당할 수 있다 (다물권자 규정)
실제 상담했던 분은 작년에 강남권 다세대 하나를 18억에 샀다. 매도인이 구역 안에 지분 1%짜리 상가 하나 더 가지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 조합설립인가 3일 뒤에 계약했기 때문에 지위승계 불가. 결과는? 18억 → 현금청산 9억. 9억이 하루아침에 날아갔다.
나는 그들을 ‘살아남은 자’라고 부른다. 그들이 반드시 한 일들.
구역 지정 6개월 전부터 매물 추적
매도인이 구역 안에 다른 물건 있는지 100% 확인
무허가·위반건축물 여부, 토지·건물 일체 등기 여부 점검
계약 전에 변호사·감정평가사 검토 1회 필수
가능하면 단독주택 전체 또는 다세대·다가구 한 동 통째로 매입
재개발은 로또가 아니다. 법을 읽는 능력이고, 정보를 먼저 아는 게임이다. 구청 도시재생과 직원 한 명과 친해지는 게 수억 원짜리 펀드매니저보다 훨씬 큰 수익률을 가져다준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매물이 내일 당신의 입주권이 될지, 아니면 누군가의 교훈이 될지는 오늘 당신이 얼마나 날카롭게 법을 읽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매일 그 차이를 목격한다. 당신은 어느 쪽이 되고 싶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