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 8세대 골프, 타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Supernormal. 과거 판매됐던 현대 아반떼(AD)가 처음 출시할 때 어필한 핵심 메시지다. 언뜻 Super와 Normal을 합성한 단어 같지만, 실제로 보통 이상 또는 비범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아반떼는 안팎으로 가장 파격적인 변화를 더했고,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자신만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이에 대한 대중과 소비자들의 평가 역시 역사상 가장 긍정적이다. 가장 흔한 차를 흔하지 않게 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국민차의 기준을 적어도 두어 단계는 더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국민차가 아닌 차급을 대표하는 차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폭스바겐 골프가 그 주인공이다. 1974년 첫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해치백의 매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작고 컴팩트한 차체에 뛰어난 실내 활용성, 출중한 달리기 성능, 여러 가지치기 모델을 선보이며 해치백은 골프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냈다. 특히 전 세계 누적 판매 대수 3,500만 대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엄청난 수치며, 이 기록은 지금도 갱신 중에 있다. 가장 매력적인 해치백, 8세대 골프를 시승해 봤다.
한국에 출시된 8세대 골프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디젤 엔진과 7단 DSG로 구성된다. 이 구성은 5세대에 최초로 도입됐고, 지금까지 볼륨 모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일은 물론 한국에서도 가장 친숙한 파워트레인 구성이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기존 EA288 엔진 대비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80% 저감시키는 트윈도징 기술과 고회전 진동과 부밍을 줄여주는 2개 밸런스 샤프트, 엔진 커버 흡음재 보강 등 친환경성과 N.V.H(소음 및 진동) 개선에 집중했다고 한다.
직렬 4기통 2.0리터 TDI 엔진(그룹 내 명칭 EA288 EVO)은 최고출력 150마력/3,000-4,200rpm · 최대토크 36.7kg.m/1,600-2,750rpm를 발휘한다. 참고로, 7세대 골프와 비교하면 최고출력은 같고, 최대토크가 4.1kg.m 더 늘었다. 한편, 7세대 골프 대비 최고출력(3,500rpm)과 최대토크(1,750-3,000rpm)가 나오는 시점은 당겨졌으며, 영역이 더 넓어졌다. 복합연비는 복합 17.8km/L(도심 15.7km/L · 고속도로 21.3km/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4g/km다.
꾸준히 향상된 내연기관 엔진 성능, 전기차로 재편되는 시장을 봤을 때 150마력, 36.7kg.m의 성능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시승에 앞서 엔진 성능만큼은 내려놓고서 접근하게 됐다. 먼저 엔진 회전 질감은 상당히 매끄러웠다. 지금까지 경험한 4기통 디젤 엔진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N.V.H도 정말 수준급이다. 정지 상태를 뺀 모든 상황에서 전혀 불만을 느낄 수 없었다.
반전이 있다면, 생각보다 엔진 성능을 짜임새 있게 사용한다. 7단 DSG는 마치 변속기 계의 애플 시리 같다. 운전자가 바람대로 칼같이 변속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이 8.4초인데, 스톨 스타트로 측정 시에 8.3초가 나왔다. 독일차들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독일차의 경우 공식 제원보다 더 빠르고, 효율이 훨씬 좋은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들에겐 평범한 일상이다.
한편, 수십 년간 유지해온 골프의 장점도 여전하다. 섀시 완성도는 정말 최고 수준이며, 경쾌한 거동을 바탕으로 운전의 참맛을 제대로 구현해냈다.
시승차의 공차중량은 1,489kg인데, 운전하는 과정에서 이보다는 조금 더 가볍게 느껴진다. 운전자가 조작한 대로 빠르게 반응하며, 직진 가속은 물론 코너 탈출 시에도 이 만족감은 오롯이 유지된다. 핸들링 성능은 상당히 찰지고, 코너를 파고드는 능력도 엄청나다. 다만 차는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보수적으로 세팅된 ESP가 안전 확보를 이유로 살짝 흥을 깬다. TDI의 경우 ESP를 완전히 해제할 수 없어 그 보수적인 태도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개입도 세게 한다. 마치 차가 선 넘지 말라는 것처럼. 스포츠 모델인 GTI나 R은 전혀 다를 것이다.
특히 7세대 대비 고속 주행 안정성이 달라졌다. 돌덩이 같은 느낌 대신 나긋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노면에 착 붙는 친절한 세팅으로 바뀌었다. 사실 서스펜션을 딱딱하게만 만드는 건 쉬운 일이지만, 편안함과 주행성능을 양립할 수 있게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상적인 세팅이 더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정말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그들의 기술력이 비범하다고 보면 된다. 폭스바겐은 그중 업계 최고다. 조향감이 가벼운 스티어링은 노면 상황을 필요한 만큼 전달하고, 브레이크는 차고 넘친다. GTI 사양이 들어갔나 싶을 정도.
8세대 골프는 트렌드 변화에 따라 능동형 안전사양을 풍족하게 챙겼다. 한국에 출시된 골프가 이 같은 패키징을 갖춘 건 8세대가 최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기능을 포함하는 트래블 어시스트, 전방 추돌 경고 및 보조 · 긴급 제동, 사각지대 감지, 후방 트래픽 경고 및 하차 경고, 피로 경고 등을 갖췄다. 이 모든 사양은 기본형인 프리미엄에 적용됐으며, 시승차인 프레스티지는 다이나믹 라이트 어시스트가 포함된 IQ 라이트가 적용된다. IQ 라이트는 폭스바겐의 매트릭스 LED 기술을 말한다.
능동형 안전사양의 구성과 실제 사용 시에 만족감은 상당했다. 불만을 느낄 여지가 하나도 없었다. 트래블 어시스트는 설정한 속도에 맞춰 서서히 가속하고, 차선 유지 기능은 차선 중앙 간선도로나 고속도로 주행을 깔끔하게 소화한다. 특히 주행 모드 에코 설정 시 관성 주행 기능을 지원하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다. IQ 라이트는 스티어링 조향에 따라 잽싸게 움직이고, 오토 하이빔도 딱 필요한 부분만 점등된다. 과거 더 뉴 투아렉을 시승하며 경험했던 커튼을 치는 것처럼 서서히 켜지는 모션도 그대로 구현됐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완성도와 상품성에 있어 흠잡을 곳 없는 차를 타게 되면, 진심으로 하게 되는 대표적인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양면성이 존재한다.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이때의 호평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8세대 골프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매번 전 세계 시장을 확실하게 만족시킨 정말 몇 안 되는 차다. 사실 브랜드를 대표하며,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차는 지구상에서 손 꼽힌다.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낸다는 건 가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이다.
브랜드 이슈로 인해 한국의 출시가 늦어졌고, 디젤 엔진에 대한 반감 때문에 8세대 골프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골프는 매번 그래왔듯 그들이 당시에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술력을 총동원해 가장 이상적인 차를 만들어냈다. 그 볼륨 모델이 바로 2.0 TDI다. 물론 8세대 골프의 특별한 매력이 더욱 강조되는 가솔린 엔진과 스포츠성이 강조된 모델이 국내 출시하면 더욱 좋을 터. 그 아쉬움은 곧 출시될 GTI를 통해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거다.
참고로, 실연비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 조금은 특별한 챌린지를 진행했고, 그 에피소드를 별도 포스트로 올리려 한다.
Good : 세련된 외관과 완전히 새로운 실내, 다시금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파워트레인, 명성에 부합하는 운전 재미, 이상적인 능동형 안전사양
Bad : 좋을 수 없는 디젤 엔진 인식 및 가솔린 모델 부재, 상당히 보수적인 ESP, 촌스러운 계기판 · 디스플레이 UI, 직관적인 조작이 힘든 룸 램프
시승차 정보 및 가격 : 2022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3,782만원(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 본 콘텐츠는 폭스바겐 코리아로부터 시승차를 지원받았으며, 그 이야기를 가감 없이 썼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