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양양 귀촌7년차 이다. 처음 양양에 왔을 때 5살, 9살이던 아이들은 11살 15살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양양의 작고 아담한 마을 북분리.
처음 북분리에 터를 잡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이곳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고즈넉함에 마음을 빼앗겼다.
북분리 해변이라는 소박한 바다를 품은 있는 이 마을은,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산 굽이굽이마다 몇 가구씩 흩어져 사는 조용한 동네다.
도시에 살 때는 집 바로 아래층이 편의점이었고 집 밖으로 나가면 5분 이내에 식당, 카페, 마트 등 편의시설에 갈 수 있었다. 창문을 열면 자동차 경적과 시끄러운 소음들이 귓가를 맴돌았다.
하지만 이곳은 편의점을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3~4분정도 나가야하고 걸어서 식당이나 카페는 가기 어렵다. 대신 창문을 열면 차의 경적 대신 바람이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풀내음이 밀려온다.
이른 아침 마주하는 청아한 뻐꾸기의 울림소리,
해질녘 어스름이 질 때쯤 바람에 따라 실려 오는 맑은 공기 내음,
봄이 무르익을 무렵 마당에 흩날리는 아카시아 향기.
마을 어귀 옛집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나무냄새.
늦가을 집집마다 걸려있는 처마 밑의 홍시.
한겨울 폭설로 겪었던 잊지 못할 고립의 시간.
양양에서 나고 자란 분들과 함께
그리고 같은 이유로, 또는 다른 이유로 양양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까지.
이곳의 계절은 계절마다 따사롭고 색이 확실해서 온몸으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강렬한 색채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값진 경험과 추억으로, 나와 남편에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새로운 삶을 건네고 있다.
도시와는 또 다른 삶, 자연과 사람을 우리에게 보여준 양양.
이곳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