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잘 살려면
둘째 딸에게 화를 냈다. 나름 혼을 냈다고 생각하지만, 큰애가 보기엔 짜증을 낸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짜증을 내든지 걱정을 하든지 한 가지만 하란다. 흥! 그게 되면 참 좋겠구나~
렌즈 부작용이 있는 걸 알면서도, 안과에서 약을 받아오면서도 오늘 렌즈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사춘기니까 외모에 관심이 많다는 걸 충분히 이해해서 렌즈를 매번 사달라는 대로 사 줬더니 이 사달이 났다. 얼마나 걱정이 되고 속상한지 모른다. 그동안 좋은 말로 타이르고 걱정하는 소리를 늘어놓아 보아도 폭발하듯 짜증을 내 버리니 오히려 움츠러들어서 더 이상 할 말을 못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못 참겠더라. 사실은 안 참았다. 오늘은 할 말을 해야겠다 싶어 언성을 높였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동안 참아왔던 체증이 쑥 내려간 듯 통쾌했다. 화를 내서 통쾌했다기보다는 내가 진심을 잘 전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 너는 엄마 아빠가 너를 얼마나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지 몰라?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그런데 너는 니 몸을 함부로 막 해도 돼? 성인이 되면 니 맘대로 하든지 말든지. 지금은 엄마 아빠 책임 아래 있으니까 니 몸도 엄마 아빠 책임이야. 엄마 아빠도 너한테 함부로 안 하는데, 왜 네가 그래? 안 그래도 시력도 안 좋으면서 앞으로 살 날도 많은데, 앞으로 어떡하려고 그래?"
속이 시원했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했으니까. 딸내미는 알아들은 듯했다. 그래서 1시간쯤 지나서 방에 똑똑하고 들어가 봤더니, 미안하다고 하면서 하는 소리가 이렇다.
"미안해. 그런데 학교에 좋아하는 애가 있어서 그런데, 내일만 끼면 안 될까?"
나도 그랬을까? 나는 여중 여고를 나와서 남녀공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잘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마흔여섯 살이라서 더 모른다. 자꾸 나이는 들어갈 텐데,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도 화해는 했으니까 맘 편하게 잠은 잘 것 같은데, 걱정은 또 걱정이다. 그래, 너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네 마음을. 나도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해서 괴로울 때가 많은데.
어떤 때는 강압이 되고, 어떤 때는 방치가 된다. 정답은 없겠지만, 적당한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서로 밀고 당기면서 적당한 지점을 찾다가 끝나는 건가. 아이들은 날 향해 강압적이라 하고 남편은 나에게 애들을 너무 방치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중간은 없다. 잘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자꾸 그러면 오기가 난다는 걸 이 사람들은 알까? 나는 하느라고 하고 있는 중이라고 외치고 싶다. 물론 외칠 생각은 없지만.
이 와중에 아들내미한테 농담을 걸었더니, 평소에는 잘 웃어주던 아들내미가 싱겁게 웃어준다. 영혼이 전혀 담기지 않은 웃음이었다. 우리 아들도 인생이 힘들구나. 아들한테 힘들어도 영혼을 담아 진심으로 웃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줘야겠다. 힘들수록 자꾸 웃을 거리를 만들어서 온 마음을 다해 웃어줘야 한다. 그래야 잘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