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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May 22. 2024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떻게?

 어제는 이언규의 <슈퍼노멀>을 읽다가 '환경을 바꿔야 한다'에 꽂혔다. 


 집에 와서도 일을 하려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아야 일이 된다는 거다. 안 그러면 평소 하던 대로 티비 앞에 앉아서 한참을 시간 보내다가 그냥 잠들 수도 있고, 침대 위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영상만 쳐다보다가 잠이 들 수도 있다. 도무지 생산적인 일을 할 환경이 못 되는 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내 환경을 바꾸어야 할까? 우선 나는 식탁을 좋아한다. 식탁에서 책도 보고 아이들과 수다도 떨고, 글도 쓰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식탁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려면 매번 꺼내서 전원을 꽂고 해야 한다는 거다. 그게 귀찮다. 그래서 식탁 앞에 앉아 휴대폰과 씨름을 하다가 1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곤 한다. 계속 설치를 해 놓자니, 고양이들이 이미 마우스 선을 한 군데 물어뜯어서 꺼내 놓기가 불안하다. 그리고 식탁에서는 밥도 먹어야 하니까.


 그러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또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이 지나치다. 처음엔 시간을 정해 놓았지만,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저들 마음대로 한다. 씻고 잘 때가 되어서야 멈춘다. 그것도 여러 번 말을 해야만 손에서 핸드폰을 놓는다. 아니, 놓지 못하고 씻는 화장실에도 들고 가고, 잠자리에도 들고 간다. 문제는 나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2주 전부터 학교에서 간식을 먹지 않는다. 옆자리 선생님이 당수치 때문에 단 음식이나 간식을 전혀 안 드시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서 나도 안 먹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주가 지났다. 


 내 원칙은 이렇다. 믹스커피는 하루에 한 잔 마신다. 그리고 그 외에 단 것이나 과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급식에 나오는 후식도 가져오지 않거나, 혹시 받았으면 학생에게 줘 버린다. 이상하게도 이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믹스커피라는 최소한의 채움이 있어서 그런지, 간식이 널려 있어도 굳이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단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과자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살다 보니 옮았나. 아무튼 몇 년 전부터 과자가 너무 맛있는 거다. 학교에서 간식이라도 누가 줄라치면 주는 족족 잘 받아먹고 행복해했다. 그런데 고작 2주 만에 간식에 욕구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건 잘 되는데, 왜 휴대폰은 잘 안 될까? 그만큼 휴대폰의 오락성이 뛰어나다는 것일 거다. 나도 이렇게 푹 빠져 있는데, 어린아이들은 어떻겠나. 


 어느 책에 보니 빌 게이츠는 자신이 전세게에서 알아주는 컴퓨터 회사의 대표이면서 자기 자녀들에게는 늦게 휴대폰을 사 주었다고 한다. 조절 능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 시간도 정해주었다고 하고. 


 나도 나름 노력하느라고 했는데, 현재 상태는 이 지경이다. 함께 빠져나와야 한다. 몇 년 전인가, 10년 전인가 한창 휴대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운동이 많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말들이 쏙 들어간 걸 보니 온 세상 사람들이 휴대폰 사용의 중독에 대해 포기한 모양이다. 


 마음은 괴롭지만 나도 어쩌지 못해 외면했던 문제가 바로 휴대폰 사용인데, 이제 그만 직면할 때가 된 것 같다. 뭔가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는 좀 더 고민해 보아야겠다. 설득도 필요하고 합의도 필요하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자. 포기하지 않으면 뭐라도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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