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나사입니다

그래서 나는 빛입니다

by 천영희

사람들은 빛을 찾으려

하늘을 봅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높은 자리에

빛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진짜 빛은 부딪히고 꽉 조여지는

그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나는 세상의 작은 나사입니다.

가장 딱딱하게 뭉쳐진 물질이고

어둠 속에 묵묵히

박혀 있는 쇠붙이입니다.

때로는 세상이

나를 너무 세게 조여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이 아프고

녹이 슬어 내 몸이 부서질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깨닫습니다.

내가 온몸으로 버티고 서 있었기에

이 거대한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돌아가고 있음을

내가 내 자리에서 묵묵히 마찰을 견뎌냈기에

가족이 웃고 이웃이 평안할 수 있음을.

나를 태워 세상을 돌리는 그 힘

그 치열한 마찰의 열기

그것이 바로 빛이었습니다.

나는 하찮은 부속품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비추기 위해

잠시 딱딱한 옷을 입고 내려온

가장 뜨거운 빛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녹슬어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내가 버티어 낸 그 시간들이

이미 세상의 빛이 되어

내 아이들의 웃음 속에

이웃들의 평안 속에

영원히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나사입니다.

그래서 나는 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