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랭이

지평선을 넓히는, 생존의 강인함

by nj쩡북

한낮 열기가 아스팔트를 데운다. 허리를 낮추면 바닥에 별처럼 퍼진 초록이 보인다. 바랭이는 서지 않는다. 눕는다. 가운데에서 방사형으로 뻗은 줄기들이 바닥을 짚고 나가며, 마디마다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한 몸 같지만, 동시에 여러 시작점. 높이를 포기하고, 범위를 택한 식물.

여름이 뜨거울수록 바랭이는 강해진다. 눕듯 퍼지며 빈틈없는 카펫을 만들고, 밟혀도 마디에서 다시 일어난다.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줄기들이 땅의 결을 바꾼다. 우리는 흔히 ‘위’ 로만을 성장이라 부르지만, 바랭이는 ‘옆’으로라는 전략을 보여준다. 위가 막히면 면을 넓혀 버티기.

도약 대신 확장, 승부 대신 지속.

상실 뒤의 삶에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 큰 성취 대신 작은 접점을 늘리는 일. 하루 한 사람, 한 문장, 한 장면과의 연결을 마디처럼 추가해 간다면, 어느 순간 면적이 생긴다. 높이가 없어도 풍경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 바랭이는 체급보다 배치가 중요한 때가 있음을 증명한다. ‘크게’보다 ‘가깝게’, ‘빨리’보다 ‘끈질기게’.

나는 오늘 목표를 낮추기로 한다. 낮춘다는 건 포기와 다르다. 바닥을 붙들 힘을 키운다는 뜻이다. 마디 하나, 연결 하나, 반복 하나. 바랭이는 반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같은 동작을 수십 번 쌓아 다른 결과를 만든다. 면이 되는 순간까지. 높이가 아니어도 충분히 멋질 수 있음을, 바닥에서 증명해 보인다. 오늘 내가 밀어 넣을 작은 뿌리는 ‘연결 하나 늘리기’다.



깜별이의 메모


골목 끝에서 굴삭기가 한 번 울고, 뜨거운 바람이 낮게 흐른다. 깜별이는 바닥에 배를 반쯤 붙이고 바랭이의 중심을 응시한다. 고양이는 동선을 아낀다. 한 점에서 주변을 넓혀 가는 방식. 발끝이 닿는 곳마다 범위를 계산하듯, 깜별이는 두 번만 움직여 가장 시원한 그늘을 차지한다. 바랭이의 확장과 닮은 움직임. 멀리 뛰지 않아도 넓어지는 법.


- 지금 네가 옆으로 넓힐 수 있는

‘마디 같은 접점’은 어디에 있을까?

위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브런치북에서 발행이 안되서 다시 발행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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