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쾌청한 하늘. 이 지극히 평범한 문장이, 어떤 날은 이토록 간절할 수 있다. 눅눅한 비와 흐린 공기, 시야를 가로막는 무거운 구름이 한동안 모든 것을 집어삼켰던 탓이다. 지루하고 축 처진 날들의 연속. 덩달아 마음까지 침수될 것 같았지.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거짓말처럼, 모든 잿빛 장막이 걷히고 새파란 하늘이 툭 터져 나왔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 불어오는 바람조차 덩달아 상쾌해진 기분이었다.
이름 모를 수많은 걱정과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찌들어 있던 모든 것들이, 잠시나마 저 깨끗한 파랑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런 날은 좀 쉬어도 돼. 묵었던 감정들을 툭 털어내고, 다시 숨통을 틔워도 되는 날이야.
길고 어두웠던 터널 끝, 예상치 못한 빛처럼.
다시 살아볼 힘을 주는, 마침내, 숨 쉬는 파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