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되지 않은 삶
우리는 보고, 보이는 것이 익숙한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다. SNS라는 수단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일상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고, 우리의 일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권리를 갖는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선택적으로 올릴 권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성적이고, 행복해 보이며, 남들보다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가진 나의 모습을 SNS에 공유한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의 심리는 당연한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지나치게 의식할 때 발생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카카오톡 프로필을 꾸미는데 지나친 공을 들이고, 인스타그램에 더 멋진 모습의 한 장면으로 피드를 장식하기 위해 몇 백장의 사진을 찍어낸다. 이 글의 독자는 어떠한가?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삶의 태도를 가졌던 나는 늘 마음 한편이 공허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우선시 되는 삶, 나는 이런 삶을 ‘주객전도된 삶’이라고 정의해보았다. 주객전도는 주체와 객체가 바뀐 것을 의미한다. 즉, 주객전도된 삶이란 다른 사람이 내 삶의 주인이 된 것을 의미한다. 결국 내가 마음이 공허했던 이유는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객전도되지 않은 삶,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나를 정의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나를 더 단단히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런 삶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본인에 대해 생각보다 잘 모른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도 얼마 전 내가 나를 생각보다 잘 모르는구나 싶었던 경험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지코를 보고 랩을 처음 시작했던 시점부터 이 글을 쓰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랩을 좋아했고 잘했다. 그런데 친구와 주객전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랩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니 랩은 세상에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했기에 언제든 무너질 수 있었다. 적어도 랩에 있어서는 주객전도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 예시가 꽤 단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주객전도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그러면 분명 놓치고 있었던,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던 나의 진짜 모습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진짜 모습을 마주한 순간, 그 순간이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견고하고 강인한 우리로써의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일 것이다. 그리고 더 당당히 말해보자. ‘내 삶의 주인은 나다.’라고 말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해 더 탐구해보고 싶고, 주체적인 삶도 살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혼자 앉아서 주객전도된 삶이니, 나를 더 잘 알아야 한다느니 하며 꿍시렁대는거보다 나의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대화의 장을 열고 싶었다. 브런치라는 서재를 통해 앞으로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발전의 조각들을 덧붙여 단단해져 가는 내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첫 번째 조각이 될 것이다. 다음 글에서 보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