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설랬어'로 시작해 '만만하니'로 끝나는 플러팅!

안구가득 습기로 마무리짓는 신종 플러팅, 서점 번따 어떤데?!

by A줌마

불혹에 다섯 살 더 먹어 올해 나이 마흔하고 다섯, 나이테를 커밍아웃하고보니 40대라는건 앞으로 더 별로겠지만 진짜 별로인 연령대다.


늘 골칫거리던 사랑니를 발치하러 치과에 들렀다. '마흔 다섯'이나 먹고도 어린아이 마냥 겁 먹은 '마흔 다섯짤'을 위로하기 위해 발치하는 동안 숙련된 치과의는 아무말 대잔치를 선사한다.

'아휴, '젊으셔서' 잇몸이 사랑니를 꽉 잡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나이드신 분들은 그냥 잇몸에서 쑥 빠지는데 환자분 같이 '젊으신 분'은 이게 쉽지가 않아요, 잇몸이 아주 그냥 이를 단단히 잡고 있거든요~'

치과의의 우려와는 달리 쑥~ 하고 골칫거리던 사랑니는 그렇게 나의 몸에서 빠져 나왔다.


이거 정말 심각하군요,

오늘 치료는 쉽지 않을겁니다.

오늘 발치는 하, 얼마나 걸릴지 장담 못해요!

지나고 보니 이 쌤 아주 상습법이다.


여하간 '젊으신 분'이라니, 45짤의 잇몸은 아직 젊구나!

치과에선 꽤 '젊은이' 취급을 받는 나는 우습게도 이 나이에 번따를 당했다.

심지어 딸 아이가 내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딸 아이의 서점 이용법을 말하자면 한 바퀴 서가를 훑고 골라온 책을 댓권을 쌓아두곤 한 두시간은 내리 읽다가 마저 못 읽은 책을 한 두권 사갖고 오는 식이다. 패턴을 익힌 나는 어김없이 한 두 시간은 벌서는 시간이려니 하고 적당히 읽을 책을 몇 권 골라 서가에 기대어 책을 한 시간 넘게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기요?'

라는 물음에 내가 기대고 있던 서가에 찾으려는 책이 있구나!

일부러 누구나 찾지 않을 먼지 뽀얀 서가를 구태여 찾아가 기대었건만 취향 독특하네 하고

(서가에 꽂힌 목록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문학, 조선풍속도)

재빨리 서가에서 비켜나니 나보다는 한참이나 어려보이는 남자 사람이 묻는다.


'실례지만 남자친구 있으세요?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어요?'

당연스레 내가 '여자', '이성'으로 보일리 만무하다라는 것은 세월로 익힌 바,

너는 틀림없이 비정상이다 싶은 눈빛=도믿남=잡상인을 대하는 뉘앙스로 강하게 한 마디


마흔다섯짤 : '네?????'

남자 사람: '아, 혹시 결혼하셨나요?'

다시 마흔다섯짤: '네!!!(대충 화남! 넌 눈이 정수리에 달렸냐?)'

0.1초의 설렘도 없이 정색하니 남자 사람은 화들짝 놀라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사라져버렸다.


여담으로 여고 시절을 거슬러 3월의 첫 학기,

어떤 친구들과 일 년을 즐겁게 보낼까 설레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 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을 혼자 독식하던 동창생이 있었다.

본인도 본인이 이쁜 줄 아는지, 혹은 나르시스처럼 거울에 비친 본인의 美에 심취했는지 늘 교복 자켓 주머니에 손 거울을 넣고 수시로 들여다 보았다.

나홀로 햇살 후광을 독식하던 그 여고 동창은 20대, 30대, 40대를 넘어서까지 길에서 소위 '번따'를 당했다.

절로 끄덕여지는 타고난 미모에 더해 1그램도 늘지 않은 몸무게 덕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반면 짱짱한 20대에도 번따 한 번의 경험도 없는 나에게

심지어 부장님 뱃살과 찰거머리 딸내미를 옵션으로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불혹 플러스에게

번따라니, 나에게도 '메타인지'는 있다.


고로 손톱 만큼도 설레이지 않았으나 괜스레 남편에게 으스레를 떨어본다.

호들갑을 얹어가며, 손사레를 치며, 썰을 풀어본다.

남편이란 작자는 일단 듣다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졌군, 졌어! 내기에서 진거야!'라고 결론을 내려본다.

'이씨!!!!'


안 통한다 싶다. 그래서 자매님들에게 이어 으스레를 떨어본다.

'나, 죽지 않았어!'

어떻게 응할까 조용하던 단톡에 조심스레 '서점 번따 유행'이라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을 캡쳐해

올린다.

그 캡쳐본을 올리며 한 쪽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 비웃음을 짓고 있을 자매님을 떠올리니 부아가 난다.

아무도 안 속네, 안 속아!


강남 교보에서 시작된 서점 번따는 광화문 교보로 번졌다더라-

서점 번따하는 찌질이들은 김앤장 출신의 허위 스펙을 늘어놓곤 지가 마실 커피값마저 여자 사람에게 떠넘긴다더라


살짝 (안) 설랜 마흔다섯짤의 아줌마는

내가 그렇게 그렇게 만만하니의 씁쓸함으로 끝나는 신종 서점 플러팅을 경험하며

소위 개 킹받네! 하고 혼자 깊은 밤에 이불킥을 날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