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다들 어렸을 때 그때말야

by SEIN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

분교가 되고 머릿수가 적어진 전교생은 합반을 했지.

나는 과학실 실험실을 튼 교실에서 4학년과 합반을 하게 됐어.


동떨어지고 오래된 이전 교실보다 훨씬 좋은 샤시의 창문이 있는 교실이었지. 그날은 비가 참 많이 오더라. 디귿자 모양의 내 자리 정면에선 오래된 나무가 보였어.


나무는 비에 젖어서 검은색처럼 보였는데 기둥이 얼마나 크던지 가운데 주름인지 혹인지 모를 무늬가 있더라.


나는 수업을 안 듣고 그 모양을 한참 봤네?


무늬에선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홍콩할매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어. 나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 낮이었지만 어두웠고 교실은 형광등을 죄다 켰지만 나는 왠지 으슬하니 추운 거지.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홍콩할매귀신이 왁! 하고 나와 나를 집어삼킬까 봐 겁이 났거든.


몇 가지 함정만 잘 피하면 살려준다는 이야기를 되뇌고 되니이기를 반복했어.


난 결국 잡혀가지도 함정에 빠지지도 않았어.

그냥 수업에 집중 안 하고 딴생각만 한 애에 불과했지.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지는 몰라.


특별하지도 자잘하지도 않은데 유독 선명해.

그래서 신기해.


그런 맥 빠지는 기억이 너 어렸구나? 를 가끔은 증명해주기도 하거든.


진짜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말 못 했던 거지만 이제와 하는 얘긴데 이젠 귀신이 안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