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플랫폼 설계(1)
이번 논의는 오디션 플랫폼을 어뗗게 설계할 것인가였다.
선지훈이 먼저 물었다.
“플랫폼은 어떻게 갑니까.”
이 질문의 의도는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국민참여 방법을 어떻게 오픈할 것이며,
참여를 정치 이벤트로 변질시키는 과열과 왜곡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었다.
정세린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열고 화면을 한 번 훑은 뒤 말했다.
“두 단계로 갑니다.”
누군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부터 전용 플랫폼을 다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 준비 없이 참여 창구를 열지도 않습니다.”
‘다 만들지 않는다’는 말은 완성도를 낮추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지금 열 기능과 아직 닫을 기능을 구분하겠다는 뜻이었다.
“1단계는 문을 여는 단계입니다.”
정세린이 말을 이었다.
“제목 공모는 플랫폼이 아니라 국민이 들어오는 통로입니다.”
강한국이 물었다.
“기존 도구를 쓰겠다는 겁니까.”
“네.”
정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출은 단순해야 합니다. 폼 하나, 타임스탬프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녀가 분명히 말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기능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참여가 실제로 발생하는지, 누가 언제 들어왔는지,
어떤 제목을 남겼는지. 그 세 가지를 먼저 쌓습니다.”
윤필순이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참여가 발생하는지만 보는 거군요.”
“맞습니다.”
정세린이 이어 말했다.
“동원 없이도 참여가 나오는지,
순위 경쟁으로 과열되지 않는지, 사람들이 자기 판단으로 들어오는지를 봅니다.”
선지훈이 물었다.
“그럼 전용 플랫폼은 언제 필요합니까.”
정세린이 바로 받았다.
“2단계입니다. 참여가 실제로 발생하는 게 확인된 뒤에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짚었다.
“그때부터는 제목–가사–곡조–율동이 하나의 절차로 연결돼야 합니다.
하나를 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그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야 합니다.”
정병문이 말했다.
“통제도 필요해지겠죠.”
“그래서 2단계입니다.”
정세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중간 순위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비교 지표는 화면에서 지웁니다.
탈락시키지 않고, 제출된 기록은 끝까지 보존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참여가 여론전이나 진영 대결로 끌려가 버리는 걸 막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호태가 짧게 말했다.
“멈출 수도 있어야 하고.”
“네.”
정세린이 바로 받았다.
“김천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설명하지 않았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정상 절차라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바였다.
선지훈이 정리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완벽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는 잠깐 숨을 고르고 이어 말했다.
“작동하는 최소 조건부터 먼저 연다.
참여 창구, 기록, 과열 방지, 그리고 멈출 수 있는 기준.”
“맞습니다.”
정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확장합니다.”
강한국이 덧붙였다.
“광개토연구소다운 방식이네요.”
정세린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플랫폼은 목표가 아닙니다.”
“국민참여가 일회성 이벤트로 꺼지지 않고,
오픈된 상태로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회의는 그 문장으로 끝났다.
이제 남은 건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들어올 '첫 참여 창구'를 여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창구는 곧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