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인물에 대한 호. 불호를 떠나서 이제는 우리도 성공한 대통령 한 명쯤은 있기를 바라는 국민의 심정으로 글을 씁니다. 이번에도 아니라면 우리는 다시 4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4년 후 그 차기가 성공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의 소망은 과도하고 또 기대난망이어야 할까요?
대통령 선거 직전이면 늘 비슷한 예측이 떠돈다.
“저 사람은 저 방식이 한계다.”
“저 성향이면 결국 저 지점에서 막힐 것이다.”
그 말은 대개 선거 열기 속에서 묻힌다. 지지자는 기대를 말하고, 반대자는 불안을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다음 뉴스로 넘어간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퇴임한 대통령을 돌아보면 그 예측은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 그때 던져졌던 한 문장이 몇 년 뒤의 평가와 겹친다. 여론이 귀신같아서가 아니다. 권력은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 권력은 그 사람을 확대한다.
그래서 ‘어쩌다 대통령’이라는 말이 생긴다. 반사효과로 올라온 권력, 시대 피로가 밀어 올린 권력, 상대의 실패가 만든 권력. 취임은 박수 속에서 시작되지만 통치는 그가 살아온 습관으로 진행된다.
반대로 ‘생존을 통과한 통치자’는 다르다. 그는 위기와 공격을 통과하며 방식이 조정되고 단단해진다. 그의 정치에는 승리의 기억만큼이나 패배의 기억, 수사의 압박, 내부 경쟁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기까지가 총론이다. 이제부터는 각론.
'어쩌다'와 '생존 통과'를 나란히 놓으면 더 선명해진다.
1대 1 데스매치. 단, 주먹이 아니라 통치의 습관이 맞붙는다.
여성 권좌는 권력의 중심에서 성장했다. 청와대, 의전, 국모 대행. 권력은 ‘바깥의 목표’가 아니라 ‘안쪽의 공기’였다. 국가는 의전으로 움직였고, 질서는 위계로 유지되었다.
취임 전 예측은 단순했다. 불통, 폐쇄적 의사결정, 소수 의존.
그 예측이 통치에서 어떻게 확대되는지의 핵심은 “통로”다. 위기가 오면 말이 줄고, 결정의 주어가 사라진다. 조직은 움직이지만, 중심의 판단은 흐릿해진다. 공식 라인이 좁아질수록 비공식 신뢰가 힘을 얻는다.
세월호는 위기의 성격을 바꿨다. 사고 그 자체보다, 국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설명하지 못한 시간이 더 길게 남았다. 현장은 무너지고 있었는데, 청와대의 언어는 늦었고 얇았다. 지휘의 통로는 보이지 않았고, 책임의 통로도 끝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불통’은 성격이 아니라 구조 문제로 굳었다.
그리고 그 구조의 파열이 최순실 사태에서 폭발했다. 최순실은 ‘비공식 통로가 공식 통로를 이긴 순간’으로 기억된다. 공식 직함이 없는 인물이 정책 문건과 연설문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권력의 통로가 어디로 열려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퇴임 후 남은 말로는 정책의 성패보다 ‘권력 운영 구조’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반면 생존왕은 권력 밖에서 자랐다. 가난과 노동, 검정고시, 변호사, 기초·광역 행정. 권력은 숙명이 아니라 쟁취였다. 정치는 상징보다 예산과 민원, 갈등 조정의 문제였다.
그의 방식은 ‘통로를 열어두는 것’에 가깝다. 위기가 오면 침묵보다 선점이 먼저 나온다. 사안을 분해하고, 책임 단위를 나누고, 메시지를 빠르게 던져 프레임을 선점하려 한다. 먼저 정의하고, 나중에 해명한다. 비선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공식 의사결정 구조를 더 드러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정치화로 비칠 수도 있다. 그가 통치한다면 퇴임 후 평가는 이렇게 갈릴 가능성이 크다.
“위기 대응이 빠르다.”
“너무 계산적이다.”
여성 권좌가 권위를 지키려 했다면, 생존왕은 권위를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상징의 대통령은 흔들리면 균열이 보이고, 생존의 대통령은 흔들리면 움직인다.
반면교사! 전직의 실패에서 교훈을 도출하는 생존왕에게 세월호와 최순실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설계의 기준점이 된다. 공식 통로를 넓히고, 의사결정의 주어를 기록하고, 비공식 신뢰가 권력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먼저 고정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생존을 통과한 정치인이 실패에서 읽어낼 수 있는 교훈이다.
평산은 원칙의 정치인이었다. 피난민 가정, 운동권, 인권변호사, 청와대 참모. 정치는 도덕과 신념의 연장선에 있었다.
취임 전 예측은 이랬다. 이념 중심, 경제 운용의 유연성 부족. 통치에서 원칙은 힘이 되었고, 동시에 벽이 되었다. 그 분기점이 된 사건이 조국 사태였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세대를 가르고 진영을 갈랐다. 그 단어는 정책이 아니라 인물을 겨눴다. 임명 강행과 광장의 분열은 정권의 정당성을 시험했다.
평산은 원칙을 설명했다. 개혁의 취지를 말했다. 결국 사퇴를 수용했지만 프레임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었다. 의도는 분명했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수정은 있었지만 방향을 바꾸기보다 강도를 조절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퇴임 후 남은 말로는 부동산과 진영 갈등이라는 단어로 자주 요약된다.
생존왕은 같은 장면에서 다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원칙을 ‘설명’하기보다 쟁점을 ‘재배치’하려 한다. 의혹이 도덕성 프레임으로 고착되기 전에 의제를 전환하고 전선을 이동시키려 할 것이다.
반면교사형 학습자 입장에서 그는 평산의 실패 지점에서 이렇게 움직이려 할 것이다. 정책을 늦게 고치지 않는다. 더 빨리 고친다. “의도” 설명보다 “효과”로 승부한다. 도덕성 프레임을 방어만 하지 않고 의제를 바꿔버린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양면적이다. 유연성은 현실적이지만 기준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 신뢰가 빠진다.
그의 퇴임 후 평가는 아마 이런 축으로 갈릴 것이다.
“현실적이었다.”
“일관성이 부족했다.”
평산점주가 옳음을 지키려 했다면, 생존왕은 됨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원칙은 흔들리지 않지만, 국면은 멈추지 않는다.
검총은 판단의 리더십으로 왔다. 9수, 검사 세계. 그의 세계관은 선명했다. 혐의가 있거나 없거나. 찍으면 다 잡아들인다.
취임 전 예측은 정치 경험 부족, 충돌형 리더십.
그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김여사 논란이었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사건. 정국은 빠르게 양분되었다. 국정 의제는 뒤로 밀리고, 방어전이 전면으로 나왔다. 검총은 직선으로 대응했다. “법대로.” 선은 분명했고 언어는 단단했다. 그러나 정치는 법정이 아니다. 정치는 타협과 유예, 불완전한 합의의 공간이다.
갈등은 길어졌고 에너지는 소모되었다.
야당의 잇따른 탄핵 시도는 압박을 상시화 했고, 장관과 핵심 인사를 겨냥한 공세는 정권을 방어 모드로 밀어 넣었다. 여당 내부 갈등까지 겹치며 균열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벌어졌다. 정치는 협상장이 아니라 전선이 되었고, 충돌은 일상이 되었다.
고립이 깊어질수록 선택은 단순해진다. 그 단순함의 끝이 “군대를 동원한 권좌”라는 충격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그의 말로는 퇴장이 아니라 후과로 남는다. 권력의 종료가 아니라, 통치 방식의 결과가 계속 작동하는 상태다.
이 지점에서 현직은 빛나 보인다. 그러나 그 빛은 능력의 빛이 아니라 전임의 그림자가 만든 대비다. 전임의 파열이 클수록 대비는 선명해진다. 그래서 ‘어쩌다’와 ‘생존을 통과한’의 차이가 또렷해진다.
어쩌다 권좌는 반사효과로 올라오고, 한 가지 습관이 확대되며, 위기에서 통치가 ‘전선’으로 변한다. 생존을 통과한 대통령은 위기를 쪼개고, 출구를 만들고, 충돌을 ‘관리’로 바꾸려 한다.
그러나 생존 역시 면죄부는 아니다.
생존왕은 같은 압박을 다른 방식으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정면을 피한다기보다 정면만 쓰지 않는다. 협상 창구를 복수로 두고 시간을 벌며 비용을 계산한다. 가족·주변 리스크도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적 출구를 설계하려 할 것이다. 사과, 분리, 제도화 중 하나를 택해 형태를 만든다.
반면교사형이라면 그는 충돌을 장기전으로 끌지 않는다. 전선을 쪼개고, 상대를 한 덩어리로 두지 않는다. 협상 가능한 조각을 만들며 소모를 관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위험을 안고 있다.
과도한 설계는 불신을 낳고, 지나친 계산은 결단을 늦출 수 있다.
그의 퇴임 후 평가는 양극으로 갈릴 것이다.
“정치가 세다. 그래서 버텼다.”
“정치가 세다. 그래서 더 갈랐다.”
검총이 선을 긋는 사람이라면, 생존왕은 선을 다시 긋는 사람이다.
판단은 빠르지만, 설계는 길다.
어쩌다 대통령은 자기 세계에서 성공한 방식을 대통령이 된 뒤 확대한다. 생존을 통과한 통치자는 위기 속에서 방식을 조정해 온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생존은 준비인가.
아니면 생존 방식의 확대인가.
이번에도 취임 전 예측이 말로와 닮을까.
아니면 이번에는, 반면교사가 예측을 깨뜨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