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맞이하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 나의 20대와
30대는 혼란과 후회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라고 하지만, 그 과거가 나를 지금도 붙잡고
있을 때가 많다.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특히 그 시절의 선택들이
내 인생을 크게 바꿨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올 때면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나는 20대에 디자인을 전공했고, 여러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회사나 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꿈이나
열정이 아니라 월급이었다. 당장 생활을 위해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
그리고 월급을 많이 준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당시엔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체불된 월급이 쌓였고, 끝내 받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곧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를 품고 버티는
일이 반복되었다.
돌이켜 보면, 내 친구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큰 회사에
들어가 경력을 쌓고, 학원에 다니며 개인적인 능력을
키워나갔다.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만약
나도 그때 큰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나는 집안의 지원 없이 내 힘으로 생활을
꾸려가야 했고, 돈이 가장 중요했다.
30대에 들어서며 후회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동안의 선택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았고,
몸과 마음의 건강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30대에도 운동을 가끔씩 하긴 했지만, 꾸준히 하지 못했다.
만약 그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더라면 지금처럼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남는다.
지금은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몸이 자주 피로해진다.
그런데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를 돌이켜보면,
그때는 전혀 낯선 분야에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의 삶은 나에게
끊임없는 도전이었고,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자연스럽게
운동과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때는 "이것도 나중에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지금의 내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
2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40대가 되면서 더 이상
남들과 같은 속도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단순히 현재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20대와 30대에 겪었던 후회와 아쉬움을
수용하고, 그것과 화해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책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선택이
나의 최선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때는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는 걸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를 한다고 해서 과거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선택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속도로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내 삶이 남들보다 더디고 힘들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비교와 후회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때 나의
선택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고, 그 과정을 인정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길은
평탄하지 않았지만, 그 길 위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40대의 나는 더 이상 남들처럼 빨리 달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은 내가 걸어온 길과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의 선택이
아무리 후회스럽더라도, 그것은 당시 나의 최선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와 화해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과거를 비난하지 않는다. 이제는 흐름에 몸을
맡기며,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길을 내가 걸어가는 것이다. 빠르지 않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