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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설계

by 포레스트 강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휴대전화 같은 이동식 전자기기 본체 안에 들어가 밀봉되어 있어서 기기 사용자는 배터리에 접근할 수가 없다. 기기가 고장 나면 배터리의 교체조차도 사용자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기기 제조 회사에 의뢰해야 한다.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배터리 팩은 눈에 보이더라도 운전자나 사용자가 건드릴 수 없다. 기기 제조 시에 보통은 기기 설계 엔지니어와 전지 개발 엔지니어와의 기술 회의에서 고객인 기기 설계 엔지니어의 요구에 따라 배터리의 기술 사양이 결정된다.

어떤 기기에 맞는 이차전지의 제조를 고려할 때, 제일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 전지의 설계(design)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전지의 크기 및 용량, 성능, 특성을 고려하여 전지의 설계가 이루어진다. 전지의 종류는 앞 절 어디선가 소개한 바와 같이 크게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리튬이온 폴리머 이차전지로 구분되고,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cylindrical)과 각형(prismatic)으로 분류되며, 리튬이온 폴리머 이차전지는 권취형(winding-type) 또는 적층형(stack-typ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지의 형태가 결정되면 고객이 요구하는 전지의 최대 크기(size)를 기반으로 전지의 최적 크기를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극의 면적 및 크기를 결정한다. 전지의 크기에 따라 전지의 용량 및 특성이 좌우되며 또한 전지의 제조공정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원통형 전지의 경우에는 18650(지름 18mm, 길이 65mm) 또는 26650(지름 26mm, 길이 65mm)처럼 지정된 규격으로 제조하게 되지만, 폴리머 전지의 경우에는 전지의 규격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서 요구되는 최적의 크기로 설정하게 된다.

전지의 규격에 따라 전극의 크기가 결정되며, 이를 기반으로 단위면적당 얼마나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기 위한 전극의 로딩을 결정해야 한다. 전극의 로딩이란 특정 용량(capacity)을 갖는 활물질(active material)을 얼마의 양으로 집전체인 금속 포일 위에 코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 좌우되는 변수들은 활물질의 종류, 단위면적당 무게, 전극의 두께, 전극의 권취 회수 또는 적층의 수가 영향을 주게 된다. 구현하고자 하는 용량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전체 전극 면적과 단위 면적당의 용량의 곱에 의존하게 된다. 활물질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양극의 경우에는 LCO(LiCoO2), 음극의 경우에는 흑연(graphite)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지의 특성에 따라 다른 활물질도 활용할 수 있고, 몇 가지 활물질의 혼합도 이루어진다.

전지의 로딩양이 결정되면 양극과 음극의 로딩 양의 차이를 나타내는 NP ratio를 결정하게 된다. NP 비(negative to positive ratio)는 양극 로딩 양(mAh/cm2)에 대비한 음극의 로딩 양(mAh/cm2)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NP 비는 일반적으로 1.0~1.2의 값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음극이 양극에 대비하여 더욱 큰 용량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이같이 NP 비가 1 이상이 되는 이유는 충전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금속 리튬의 석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NP 비가 1 이하는 만충전(滿充電) 시에 음극에 리튬이 석출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NP 비가 1인 경우에도 전극 제조상의 공차로 인하여 전극의 로딩에는 편차가 발생하므로 NP 비가 1 이하인 영역이 발생하므로 그 지역에서 리튬의 석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실제 전지의 경우 1.1 부근의 값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만일 NP 비가 낮은 경우에는 충∙방전 중에 리튬의 석출 가능성이 커지고, NP 비가 너무 높은 경우에는 양극에 대비하여 음극이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되는 것이므로 전지의 제조 단가가 높아지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는 문제점을 지니게 된다. 만일 충∙방전 중에 리튬의 석출이 부분적으로라도 발생하게 되면, 리튬의 석출과 동시에 리튬의 표면에서 전해액이 분해되므로 음극의 비가역 발생으로 인한 전지의 용량 감소 및 저항의 증가로 출력의 저하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석출 된 리튬이 분리막을 관통하여 내부 단락을 발생시켜서 전압을 강하시키면서 자가 방전을 시킬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내부 단락에 의한 전지의 폭발을 발생시킬 수도 있어서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 리튬의 석출을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극 활물질의 선정은 전지의 용량, 출력, 양극 및 음극의 균형, 활물질의 가격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선정된 활물질을 사용하여 전극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때 전극에는 활물질과 함께 도전재와 바인더가 사용된다. 활물질은 물질에 따라 높은 전기전도성을 지니는 물질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전지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는 낮은 전기전도성을 가지고 있어서 전극의 전기전도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물질을 함께 사용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물질을 도전재(conducting aid, conducting agent)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도전재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물질은 전기전도성이 높고 입자가 작아서 작은 양으로 높은 전기전도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밀도가 낮아서 경량화할 수 있는 카본블랙(carbon black)이다.

카본블랙 중에서 리튬이온 이차전지에서는 아세틸렌 블랙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사용되기 위한 조건은 전기전도성이 높고, 입도는 작아야 하며, 비표면적은 상대적으로 작고, 불순물이 없어야 한다. 일반적인 카본블랙은 비표면적이 수백~수천 m2/g에 이르지만,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카본블랙은 100 m2/g 이하이다. 특히 음극의 경우 비표면적이 높은 카본블랙을 사용하면 첫 충전 과정에서 전해질 분해반응의 발생이 심하여 전지의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또 전극 혼합과정 중에 NMP(N-methylpyrrolidone)를 분산매로 사용하게 되는데 비표면적이 큰 카본블랙은 많은 NMP의 사용을 유발하게 될 뿐만 아니라 카본블랙 입자 간의 분산을 방해한다.

전극의 제조에는 활물질과 도전재 이외에도 바인더와 용매(분산매)가 사용되고 있다. 바인더는 고분자로써 전극 활물질, 도전재를 결착시켜 전극의 외형을 형성시키며 또한 활물질과 도전재를 집전체인 금속 포일에 고정한다. 보통 바인더는 PVdF(Polyvinylidene fluoride)로 용매인 NMP에 녹여서 사용하고 있다. PVdF는 CH2와 CF2가 반복되는 형태를 지닌 고분자 물질로써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사용구간에서 열적 및 전기화학적으로 가장 안정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어서 양극 및 음극에 모두 사용되고 있다. PVdF의 경우 NMP라는 용매에 녹기 때문에 전극을 제조하기 위한 전극 슬러리의 제조가 쉬울 뿐만 아니라 고분자와 용매의 양을 조절하여 전극 슬러리의 점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전극을 코팅하기에 적절한 성질을 갖고 있다.

바인더는 기본적으로 절연체이며 전극의 구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바인더의 특성에 따라 전극의 제조공정 및 전지의 조립공정에 큰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전지의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다. 점차 전지의 고용량화, 고출력, 고안전성, 고기능을 요구함에 따라 소재에 관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또한 한계도 지니고 있었다. 이때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바인더의 특성으로 현재 요구되는 특성에 맞는 바인더의 변화를 통해 우수한 특성을 갖는 전지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전극 제조를 위한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를 결정하게 되면 전극의 조성을 결정하여야 한다. 대부분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의 무게를 기준으로 퍼센티지를 사용하여 조성을 나타내고 있다. 도전재의 사용량이 줄어들면 전기전도성이 줄어들어 전극의 저항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도전재의 사용량이 많아지게 되면 저항은 감소하지만, 전극의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게 된다. 또한 전극 슬러리의 점도를 맞추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용매 NMP를 사용하게 되어 원재료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같은 전극 크기에서 제조할 수 있는 전지의 수가 감소하므로 공정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건조공정에서 건조해야 할 NMP의 양이 증가하게 되어 코팅 속도 역시 낮아지게 되어 전지의 제조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 또한 활물질에 비하여 도전재가 높은 비표면적을 지니고 있어서 전극의 결착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바인더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도전재는 최종적으로 전지에서 요구하는 출력 특성 또는 율별 방전 특성과 고속 충전의 여부 등을 파악하여 최소한의 양을 사용하여야 한다. 최소한의 양이라는 것은 전지의 용도에 따라 달라지며 전극 활물질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LCO의 경우 전극 활물질 중에서 상대적으로 전기전도성이 우수해서 적은 양의 도전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일반적으로 제조되는 전지에서는 도전재의 사용량이 2~3% 정도이다.

바인더의 경우 PVdF는 활물질과 도전재의 종류, 비표면적, 사용량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바인더의 사용량이 증가하게 되면, 바인더가 전자의 이동을 방해하여 전극의 저항을 증가시키게 되며 또한 전극의 에너지 밀도를 감소시키게 된다. 바인더의 사용량을 과도하게 줄이면 전극의 접착력이 부족하여 전극 층이 집전체인 금속 포일에서 이탈되거나 전극의 표면이 갈라질 우려가 있다. 또한 활물질 및 도전재 입자가 전극 층에서 떨어져 나와 장비를 오염시키거나 전지 내부의 다른 데에 위치하여 전지의 내부 단락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의 비율은 전지의 에너지 밀도, 저항, 불량 가능성, 제조 비용 등에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성능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도전재와 바인더를 사용하는 것이 전지의 제조 과정에서 유리한 방향이다.

전극의 조성이 결정되면 전극의 밀도를 결정한다. 전극의 밀도는 전극에 사용되는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각각의 밀도와 조성에 영향을 받으며 또한 전극 내부의 기공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전극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 전극 밀도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지만, 전극 물질이 다르거나 조성이 크게 변하는 경우는 전극 밀도보다도 전극의 기공도(porosity)로 비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전극의 밀도는 전극이 차지하고 있는 부피에 대비하여 전극 층이 실제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제외한 부피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극을 설계할 때 먼저 전극의 기공도를 결정한 후에 전극 층의 평균밀도를 계산하여 둔다. 전극에는 단위면적당 설정된 로딩 무게만큼 코팅되어 있으므로, 이를 전극 층의 평균밀도로 나누어주면, 실제 차지하고 있는 전극 층 부피를 알 수 있다. 이를 전극의 두께를 이용하여 전극이 기공을 포함하여 차지하고 있는 부피는 전극의 최종 가공 후의 두께를 통해 계산할 수 있으므로 이 두 값을 이용하면 전극의 기공도 값을 알 수 있게 된다.

실제 전지의 설계에서는 전극 로딩 양을 결정한 후에 적당한 기공도를 사전에 결정한 후에 전극의 최종 두께를 결정하게 된다. 전극의 최종 두께는 코팅된 전극을 금속 재질의 무거운 롤을 이용하여 누르는 롤 프레스(roll press)를 통한 압연과정을 거치면서 결정이 된다. 따라서 적당한 기공도를 결정하고 이와 같은 기공도를 만족할 수 있는 두께까지 압연하여 전극을 제조한다. 전극의 기공도가 크면 같은 용량을 낼 수 있는 전극이 두꺼워지는 것이므로 에너지 밀도를 낮추게 되며 또한 활물질, 도전재, 집전체 간의 평균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전자의 전달이 방해받게 되어 저항이 증가하는 문제점을 지니게 된다. 또한 기공이 많아지게 되면 전지의 제조 시에 요구되는 전해액의 양이 증가하므로 전지의 원재료 사용량이 증가하여 제조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결국, 전극의 기공도를 낮출수록 전극의 밀도가 높아지므로 에너지 밀도도 높아지게 되고 전자의 전달도 쉬워진다.

공정상 전극을 압연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무리한 두께까지 압연하면 롤 프레스의 롤(roll)에 상처를 주어 고가인 롤의 수명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전극이 뒤틀리거나 찢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전극 내부에 기공의 양이 적으면 전해액이 전극 내부에 충분히 침투하지 못하고 전극과 전해질 간의 계면의 면적이 작아져서 전하 전달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사이트가 감소하여 저항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전지의 제조공정 상 전해액을 주입하고 전해액이 전극 층 내부로 침투시킨 후 전지를 생산하게 되는데, 기공도가 낮은 경우 기공이 매우 작으면 전해액의 침투가 어려워져서 전지 제조가 어렵게 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전극에서 최적의 기공도는 전극의 종류나 조성, 그리고 전지의 용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20~30% 영역에서 설계되고 있고, 실제 전극의 기공도를 25% 이내까지 낮추는 것은 공정상의 한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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