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다시보는 이야기]

by skybunny


아주 오래전 어느 나라에,

자기 멋에 빠진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겁나 먼 외국나라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두 사람이

왕에게 찾아와 말했다


“이 옷은 지식 있는 사람만 볼 수 있습니다.

지혜롭고 수준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죠.

임금님은 지성인이시니, 당연히 보이시죠?”


임금님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눈에는 옷이 보이지 않았다

“아… 나는..”


임금님이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장관들, 전문가들, 방송인들이

서둘러 말했다

“이건 패션의 철학입니다.”

“이걸 이해 못 하면 시대에 뒤처진 거예요.”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열지 못했다

스스로의 무지함을 들킬까 염려하며,

모두가 옷을 칭찬하기 바빴다


당황한 임금님은

당장 옷을 주문했다


그 장면은 곧 유튜브 영상으로 편집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

‘임금님의 초현실 패션-New Fashion, Wisdom’

‘보는 자만 볼 수 있는 철학적 의복’

'디자이너의 천재성’


SNS 에는 ‘좋아요’가 빛발 쳤다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임금님의 새 옷에 대해 댓글로 넘쳐났다

“솔직히 감동이다.”

“나도 구매하고 싶어요!”

“세련됨의 정점. 난 이해했음.”


그리고 또다시, 사람들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드디어 공개되는 날,

임금님은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수많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영상은 곧바로 유튜브에 업로드되었다

“와… 진짜 혁신적이다.”

“나는 보여. 난 아는 사람임.”

“이 옷 안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 수준 낮은 사람들 ㅋㅋ”


아무도 옷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무식한 건 아닐까?’

‘모두가 감탄하는데, 나만 이상한 건가?’

‘이건 어쩌면 내가 모르는 ‘최신 유행’ 일지도 몰라…’


모두가 합의된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리에는

박수 소리와 환호만이 울려 퍼졌다


행진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구경하던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임금님… 옷 안 입었어! 팬티만 입었어!”


사람들이 조용해졌고,

잠시 잠깐 웅성거림이 뒤섞였다


다음 날 유튜브 영상의 댓글창은

아이를 향한 말들로 가득했다


“요즘 애들 선 넘네.”

“상황 파악 못하고 무례하게 끼어들다니.”

“분위기 못 읽는 애가 문제지.”

“지식 있는 사람들끼리 감상하는 건데, 애가 왜 낀 거임?”

“어머니, 애 교육 좀 다시 하세요.”


언론도 말했다


“아이의 발언으로 완성된 예술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

“상상력과 자유를 침해한 무지한 개입.”


그날 이후,

아이는 사람들의 시선에 움츠러들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다


“넌 잘못한 게 없어.

넌 진실을 말했을 뿐이야.

단지… 사람들이 그 진실을 원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가 말하는 진실은 다수가 합의한 결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