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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18. 2024

내가 남편과 아직 함께인 이유

말 한마디로 천냥빚 갚는 남편

남편과 함께 여자 골프 중계를 보고 있다.

단 한 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는 선수가 8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우승 소감을 말하다 눈물이 쏟아져 말을 잊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참 감격스러워 보인다.


"자기는 살면서 저렇게 감정이 북받쳐 오른 적이 평생 한 번이라도 있어?"

뜬금없이 궁금해져서 내가 남편에게 물어본다.

나라면 멋진 답을 위해 한참을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볼 텐데 정말 단 1초도 머뭇거림 없이 마치 준비라도 한듯 대답한다.


"OOO랑 결혼했을 때지"

내 이름을 대며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남편을 보며 기가차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아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러자 남편이 또 하나 덧붙인다.


"아이들 하나씩 태어날 때도 눈물 나게 감동스러웠지"

"하긴 첫 애 태어날 땐 진통하는 내 모습을 보며 걱정 엄청했지. 근데 또 막상 태어나고 나니까 마님은 어쩌고 있는지 까마득히 잊은 채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자그마한 투명 바구니에 담긴 아기를 보며 눈을 못 떼더만 하하하하하"


가만 생각해 보면 많은 우여곡절에도 이렇게 남편과 함께 잘 살아가고 있는 건 그의 꿀 바른말들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말뿐인데도 듣기에 좋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화도 빨리 풀려버리는가 보다.


내 남편은 고수중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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