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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Nov 12. 2018

당연한 것.

을 설명하는게 너무나 싫지만...


SNS에서 우연히 어떤 피자집의 광고를 봤다. "직접 반죽하고 숙성해서 만드는 도우"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피자집에서 피자 반죽 직접 만들고 숙성하는 거 당연한 것 아닌가?' 당연한 것을 당당하게 자랑이라고 광고하는 걸 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이런 게 통한다니 좀 황당하기도 하고 이 식당의 가치가 '뭔가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하니 이게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음식점 사장님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는 카톡방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장님들이 "신메뉴 하려고 하는데 뭐 취급하는 곳 찾습니다.", "뭐 소스 파는 곳 어디인가요?", "무슨 무슨 반찬 어디가 맛있나요?" 이런 대화를 많이 본 것 같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사서 취급하는 것이 당연한 분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내가 쉐프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그저 쥐꼬리만 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점은 원재료를 사다가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해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이드 메뉴 정도는 잘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주메뉴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외식업의 당연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식하게도 뭐든지 직접 만들었다. 윤경양식당의 함박스테이크는 전날 양파를 다이스 해서 볶아 식혀놨다가 아침마다 소고기를 갈아서(그것도 두 번) 달걀, 빵가루, 소금, 후추, 우유, 넉맥을 넣고 섞고 뭉쳐서 만들고 삼삼 하우스의 육수와 양념장도 무식하게 10가지 이상 재료 섞어가며 만들고 고니스의 치킨은 향신료를 직접 배합해서 파우더를 직접 만들고 쏘마이피자는 도우나 소스는 물론이고 토핑에 올라가는 베이컨도 직접 훈연해서 만든다.


이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당연한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장 어디에도 이런 당연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가끔 SNS에 올리기는 했으나 그걸 포인트 삼아서 마케팅한 적은 없다. 이상하게 당연한 것은 당연하기에 설명을 한다는 것이 좀 창피하기도 하고 멋지지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업은 쿨함이고 나발이고 잘 되는 것이 장땡이고, 결국 멋지고 멋진 브랜드란 그 멋지지 않은 당연한 것들을 멋져 보이고 멋져 보이게 설명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것을 특별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사업도 잘되고 멋진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당연한 것을 가치 있게 표현하는데, 힘을 써야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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