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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Aug 15. 2021

성수면당

어떻게든팔아 낸다.

노는 매장이 3개가 있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 3개의 노는 매장들 적자만 해도 만만치 않다. 상식적으로는 손해를 보느니 보증금이라도 회수하거나 어떻게든 투자를 유치해서 빠르게 매장을 오픈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나저러나 내 스타일대로 한다. 손절하는 것보다 손에 쥐고 뭐든 언젠가 하는 것이, 쥐꼬리만 한 매장을 투자받아 골치 아파지는 것보다 나 스스로 어떻게든 해결해 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노는 매장 중 가장 큰 매장 중간에 가벽을 세우고 안쪽은 사무실을 꾸몄다. 각종 사무장비들과 배달, 배송 그리고 각종 실험을 위한 장비들을 배치했다. 이후에는 레시피 촬영도 가능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나머지 반쪽은 어떻게든 뭔가를 팔아 내는 공간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하는 것은 지양하고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를 아주 가볍게 모듈화 해서 빠르게 팔아보는 실험적인 매장을 계획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이곳의 콘텍스트였다. 과연 이곳은 이 동네 성수동 사람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팔아 낼 수 있을까? 다행히 아직 여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우리 매장 중 '윤경'의 소바는 매우 인기가 좋았고 이 공간을 책임질 셰프는 소바로 유명한 미나미 출신이다. 


냉소바를 맨 앞에 두고 짝꿍 같은 비빔소바, 유행하는(?) 들기름 소바, 우리만의 메뉴 낙지젓 들기름 소바로 단출한 메뉴 구성을 했다. 면만 팔면 객단가도 낮고 재방문, 배달에 약하기 때문에 수육을 하나 붙여야겠다 생각하고 삼겹살부터 이런저런 부위를 테스트하다가 최종적으로 항정살 수육을 내기로 했다. 수육 작은 건 만원, 큰 건 이만원으로 부담 없이 시키게 만들어 업셀링을 유도했다. 

이름도 직관적이면서 여름 이후 다른 면 요리를 팔아도 되게끔 '성수면당'이라고 짓고 아주 단순한 로고를 만들고 아주 직관적이지만 일본 느낌이 나는 심벌을 골랐다.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고 음식은 자리로 가져다주는 '윤경양식당' 시스템을 여기에도 도입했다.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구색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우리가 할 일을 조금이라도 전가했다면 고객은 그만큼의 이득을 봐야 한다. 가격이던, 양이던, 퀄리티던 어떻게든 말이다. 

소바 치고 다양한 고명을 꽤 신경 써서 올렸다. 냉소바에는 미역, 파, 계란지단, 레몬, 김, 껍질 벗기고 절인 토마토를 올리고 비빔소바에는 들깨 분태, 통참깨, 참기름, 파, 계란지단, 김, 절인 무, 수육 등이 올라간다. 고객들이 받았을 때 '그래도 이 집 좀 신경 좀 썼는데? 고기도 들어가고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 아무튼 직원 1명 데리고 '성수면당'을 오픈했고 그럭저럭 어떻게든 팔아 내고 있다. 이제 매장 2개가 남았는데 9월 안에는 모두 세팅이 완료되고 각자 위치에서 각자 역할을 하는 매장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성수동에 계신 분들 면 요리, 맛난 수육을 드시고 싶으면 '성수면당' 꼭 들러주시면 좋겠다. 쿠팡 이츠, 배달의민족(배민원)으로 배달도 가능하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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