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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Feb 22. 2017

33HAUS 부대찌개

성수동 주민들의 소울푸드가 되었으면...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친한 동생이 살고 있는 파주로 와이프와 주변 지인들과 함께 집들이를 갔었다. 그 당시 와이프는 낮에는 아이들 발레를 가르치고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이태원의 ‘화합’이라는 선술집에서 셰프로 투잡을 뛰고 있었는데 워낙 음식도 맛있고 미모도 엄청나서 인기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가서 뭔가 해 먹어야 한다기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요리는 당연히 울 와이프가 하기로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하다가 누군가 부대찌개를 먹고 싶다길래 햄이며 소시지를 샀다. 와이프는 처음 해본다고 했는데 그때 부대찌개 맛은 그날 함께 했던 모두가 잊지 못한다. 너무 맛있었다. 그 날 이후로 부대찌개는 화합 정식 메뉴에 올랐고 이태원 소년, 소녀들의 소울 푸드가 되었다.


33HAUS를 준비하면서 즉석떡볶이 하나로는 직장인들 점심시간을 사로잡기 좀 어렵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부대찌개가 떠올랐다. 예전 화합 시절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맛은 괜찮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즉석떡볶이와 준비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일 하는 데 있어서도 부담이 크지 않다. 음식장사뿐만 아니라 모든 일, 사업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일하는 과정을 잘 세우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너무너무 나 중요하다. 즉석떡볶이나 부대찌개나 요리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모두 준비해놓고 냄비에 인분수에 맞춰 담고 육수를 부어 손님 테이블에서 끓이니 부대찌개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부대찌개를 판매하기로 했으니 유명한 부대찌개 집들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곳부터 특이한 스타일로 유명한 집 등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이름 값하는 곳도 있었고 생각보다 아쉬운 곳도 많이 있었다. 많은 부대찌개 집들이 튤립사의 촙트 햄과 콘킹사의 소시지를 사용하는데(부대찌개 집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거무죽죽한 햄, 소시지) 우리 부부는 이 전형적인 제품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국물 스타일 또한 깊고 진한 맛보다는 대부분 햄과 소시지의 짠맛이 중심이다. 


삼삼하우스 부대찌개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햄과 소시지를 테이스팅 했다. 결론은 햄은 스팸, 소시지는 돼지고기 함량이 80% 이상인 제품을 써야겠다고 결정했다. 부대찌개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게 다진 고기인데 신기하게도 삼삼하우스 지하에 다짐육 가공하는 회사가 있어서 국내산 소고기로 만든 다짐육을 제공받기로 했다. 오리지널 스팸, CJ 프레시안 그릴 후랑크, 국내산 소고기 민찌로 만드는 부대찌개는 아마 삼삼하우스 아니면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거기에 파, 양파, 두부, 콩, 당면, 라면사리가 들어가고 양념장은 다른 곳 보다 진하고 칼칼하다. (참고로 스팸류 깡통 햄 맛에 대한 괜찮은 블로그 글 링크)


부대찌개는 만만하다. 그러기에 독특하고 맛있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삼삼하우스의 부대찌개는 집에서 엄마가 부대찌개 만들 때 쓰는 좋은 재료들과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든다. 최고로 맛있는 집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걱정 없이 부족함 없이 아쉬움 없이 한 끼 기분 좋게 해결하기에는 좋은 메뉴라고 생각한다. 성수동에서 든든하고 따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날 때 삼삼하우스 부대찌개를 드시면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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