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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지 and Yeji Son Sep 21. 2024

미국 심리학자가 불확실한 유투브에 뛰어든 이유

박사 졸업 후 '백수'로 지내며 깨달은 것들

내가 학사 4년, 석사 2년, 박사 6년, 총 12년 동안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인간의 "믿음" 자체에 힘이 있다는 것이다. 교회를 다닐 땐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히브리서 11:1)라는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음 자체가 삶의 본질이고 그 강력한 힘을 점차 알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의 애착 문제, 아버지의 폭력 문제, 어머니의 학업에 대한 감정적 학대가 있었기에 안타깝게도 삶의 이유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삶의 본질적인 의미와 목적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성장했다. 그러던 중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한때는 정말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혹시나 하나님을 믿으면 내 안의 소용돌이 같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시절에는 믿음이 능력이라는 말이 하나님을 믿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능력이라는 뜻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이 믿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며, 그렇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내 삶과 내담자들과의 상담, 그리고 이론을 통해 배웠다.


진화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것은 인간에게 내재된 불확실성에 대한 엄청난 공포였다. 이는 수많은 중독 문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마약을 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불확실한 선택지보다 마약이 주는 확실한 쾌락이 오히려 덜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약 중독자의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 여기지만, 정작 자신을 돌아보면 변화와 도전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에 주저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나 역시 오랫동안 나 자신을 부족하고 부끄러운 존재로 여겨 왔기에, 타인 앞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가진 믿음에 매여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믿음이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음을 알기에 유튜브라는 낯선 공간에서 나를 드러내 보려 한다. 내가 믿는 대로 살아갈 때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 경험을 진실되게 보여주고 싶다.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들 역시 삶의 변화를 갈망하지만 한편으론 두려워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유튜브에 도전해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를 마주하고, 내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경험하며 성찰하려 한다.


물론 글을 쓰고 유튜브를 할 수 있는 것은 박사 졸업 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사 졸업 후 백수로 사는 것이 마음 편하지만은 않지만, 내 삶에서 지금이 아니면 브런치 글을 쓰고 유튜브에 도전해볼 심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 삶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


아직 콘텐츠의 구체적인 형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도전의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즐기려 한다. 나의 이야기가 담긴 브런치 글을 읽는 분들과 교감하는 것도 기대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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