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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지 and Yeji Son Oct 20. 2024

완벽주의자가 실패한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심리학자의 "love yourself"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했을 때, 가장 최근의 글이 다른 글들보다 많이 읽혀서 놀랐다. 사실 내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이전 글을 비공개로 전환할까 고민했지만, 이렇게 되니 비공개로 돌릴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쩌면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의 가장 내밀하고 진실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감정이 들면서도 동시에 내 모습이 공감을 얻는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나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 동시에, 내가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관심과 인정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를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사실 믿기 어려워 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은 아마 잘 관리된 고학력자일 테니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 비치는 이유는 내가 내면의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얻기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이상(理想)"이 그러하듯, 이상은 충족시킬 수 없는 개념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상에 도달하려는 나의 노력은 당연히 '실패'가 끝없이 예정된 삶과 연결되었다. 겸손하지 못한 나는 실패를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없었고, 실패를 싫어하다 못해 이상적이지 못한 나를 스스로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완벽'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일 뿐, 완벽에 가까운 상태나 과정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무지(無知)를 조금 벗어나고 나니, 내가 존재하지도 않는 목표를 스스로에게 설정하고, 그렇게 정신적으로 고통받았다는 생각에 허탈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 고생을 해놓고도, 여전히 내가 무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어딘가에 완벽이 존재할 거라고, 내가 가치있다고 느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안다. 완벽해야만 관심과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도, 완벽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나의 무지이자 오만이다. 신이 아닌 인간인 나에게는 오직 완벽에 다가가는 과정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완벽을 추구하는 삶은 끝없는 실패의 연속.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의 원인을 '나의 나쁨' 탓으로 돌리는 순간 지옥문이 열린다. 


나 자신과 이 글을 읽는, 이상적인 삶을 꿈꾸는 여러분 모두가 완벽을 향한 삶이 끝없는 실패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와비사비(侘寂)의 경지에 이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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