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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Oct 12. 2023

대치동 중1 VS 명일동 중1

Part 1. 얘들아, 누구한테 영향을 받은거니

대치동 초등학교 아이들의 학원생활에 빗대어 이런저런 얘기를 풀어냈던 것이 꽤나 조회수가 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덜컥 겁이 났는지 그다음 이야기를 무엇으로 풀어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되더군요.


그냥 편하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야지 하다가도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업이다 보니 자연스레 '조언'이 아닌 '주장'도 하게 되고 여느 분들께는 아쉬운 마음을 안겨드리기도 하고 그랬나 봅니다. 그래도 논쟁을 피하는 성격은 아니다 보니 이야깃거리를 자꾸 만들어 토론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여러 의견을 나누면서 차츰 또 이런저런 내용들이 정리가 되어가는 듯하네요.


그중의 하나가 구체적인 지역별 학력격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학력격차 이야기에 앞서, 아이들의 면면을 먼저 살펴보며 시작해 볼게요.


어쩌다 보니 주중에 두 번은 강동구 명일동 소재 모 대형학원에서 초5부터 고2까지 두루두루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동네 분위기도 사뭇 많이 다르지만 학원에 들어서자 드러나는 확연한 차이에 꽤나 놀라버렸지요.


학원생이 대략 동시간대 200명 정도 수업받는 이곳! 마침 쉬는 시간에 첫 방문을 하게 된 것인데 한마디로 '난장판'이네요. (전체 학원생은 420명 정도 됩니다)


저마다 그동안 어찌 참았는지 있는 힘껏 소리 질러 말하고 웃고 떠들며, 어떤 친구는 신발 바닥을 쿵쿵 굴러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그 와중에 재시험을 보려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고 저 멀리서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들도 서로 간에 오고 갑니다.


요즘 아이들이 입이 거칠고 태도적인 부분에서도 이전보다 커진 몸집 덕에 우와스러운 면들이 있다고는 해도 가끔 어쩌다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 외에는 그다지 신경 쓴 적이 없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지 놀라움보다는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대치동의 분위기는 이미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아이들간에 존댓말을 쓰기도 합니다.)


첫 번째로 알게 된 점은 특히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큰 소리로 떠든다'라는 것이었네요.


8개월이 넘게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하며 지켜본 이곳에서 소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선 '목소리가 크다'는 겁니다.


조용조용한 아이들도 물론 당연히 있고 통계청에서 조사한 것도 아니니 섣불리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선생님들이 20명 가까이 상주하시고 그분들 중 80% 이상이 여러 지역에서 근무해 보신 10년 이상 경력자들이기에 이 글을 쓰기 전 정보 수집을 꽤나 열심히 한 결과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보통 한 반에 남녀 학생들이 함께 있는 와중에도 거침없는 언사와 어찌 보면 폭력적인 수도 있는 태도, 말투, 어휘들이 난무하는 그런 상황이 자주 연출됩니다. 이 아이들은 서로 자기 얘기를 앞다투어하려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개념 자체가 인식 속에 없는 듯합니다. 있다고 할지라도 그걸 표출시킬 환경은 주변에 없는 것이겠죠.


저는 '타인에 대한 배려'에 관한 문제를 소위 '눈치가 없다'라고 표현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식당이나 카페에서 큰소리로 떠들면서 남들은 아랑곳없이 본인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떠벌리거나 버스정류장, 학교 근처등 공공장소에서 법이고 뭐고 담배연기를 후후 날려 보내는 민폐 인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을 잘 살펴보면 본인들이 뭐 그렇게 크게 잘못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죠. 그 정도 잘못쯤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나 많고 그 잘못을 지적하면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전작에서 말씀드렸듯이,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웁니다. 


우리 아이가 어디에선가 타인에게 어떠한 종류의 피해를 준다면 단호하게 잘못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그것을 수정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그전에 어른인 우리 스스로가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겠죠.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으려는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는데도, 쉬는 시간에 조용히 쉬고 싶은 학생들을 괴롭게 하는데도 그 누구도 심하게 제지하지 않는 전반적인 학원 분위기도 저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알아보니 이 지역 학원 분위기가 죄다 비슷하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었고요.


이 아이들의 두 번째 특징은 본인들이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매번 시험 때마다 100점 만점에 2점, 6점을 맞는 중1 학생이 각 반마다 2~3명씩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서로 얼굴도 모르는 이 아이들의 공통적인 언어가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점수가 그게 뭐냐?"라고 놀리고 면박이라도 주면,


"어쩌라고"


하면서 그래도 저번에는 0점을 맞았는데 이번엔 다 찍어서 6점을 맞았으니 엄청 잘하지 않았냐며 매우 떳떳하게 자기 점수를 홍보하고 다닙니다.  상당히 무책임한 이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걸 보면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는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부끄러움은 욕심과 큰 상관성이 있습니다.  100점 맞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40점을 맞으면 스스로에게 혹은 그 목표를 공유한 다른 이들에게 부끄럽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 욕심이 없고 목표도 없으면 40점을 맞으나 0점을 맞으나 상관없겠지요.


눈치도 없고 목표도 없는 아이들이 12명 정원인 한 반에 보통 2~3명씩 있다 보니 그들이 주도하는 반 분위기를 초반부터 다잡아놓지 않으면 수업은 또한 난장판이 될 겁니다.


돈 내고 다니는 학원에서 상황이 이러할진대, 더 다양하고 많은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서라면 어떨지 정말 상상하기도 싫군요. 교권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가 그나마 안타까운 희생으로 조금씩 회복되려 하는 지금, 그 현실을 견디며 진심으로 아이들을 걱정하고 가르치시는 학교 선생님들께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옆으로 잠시 새어나간 흐름을 다시 잡아놓자면, 아이들 스스로 목표설정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든 현세대에서 어른들의 길잡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었답니다.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해보면, "우리 아이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어찌어찌해서 이 지경이 되었답니다."라는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이야기"들만 늘어놓는 분들이 대다수이십니다. 히스토리를 아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래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나갈 것인지 혹은 어떤 방향으로 가도록 조언해 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아이들 수준에서도 필요한 "교양"이 부족하고 이러한 것을 가르치고 통제해야 할 제대로 된 어른들이 주변에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면서 구체적인 학습적 차이에 대해 다음 편에서 다루어볼 까 합니다.


명일동사시는 분들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확률적으로 20% 정도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20%가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잊으면 안 되고요.    Peer pressure,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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