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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판 밑 인어 Jul 04. 2024

부산향

부산은 향이 참 다채로운 도시다.

원래 도시라는 게 매캐한 매연냄새, 알싸한 담배냄새, 눅눅한 사람들의 땀 냄새, 매콤한 음식점 냄새, 쓰레기가 부패하는 냄새 등 온갖 냄새가 섞여드는 곳이라지만, 부산은 거기에 더해 좀 더 다양한 냄새가 섞인다. 



여름이 되면 은은한 바다향이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조금은 더 강렬하게 날아든다.

바닷가 도시에서 바다향이 있는 게 뭐가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전포, 서면 등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은은하게 바다향이 날아들면, 그 향이 마냥 당연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고층 건물 사이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와 도로 중앙을 내달리는 버스들.

그 사이로 보이지 않던 바다가 밀려오는 듯한 감각. 낯설지만, 자극적이다.



도시 자체가 노후화된 건 숨길 수가 없어서 가끔은 바다향은 가볍게 찍어 누르는 꿉꿉한 하수도 냄새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목 좋은 자리에 있던 주택들은 이미 재개발 과정을 다 거쳐 하늘을 찌르는 고층 아파트가 되어 있고, 목이 안 좋거나, 작은 지면에 많은 소유주가 분포한 택지들은 재개발이 되지 못해 고층 아파트 사이 듬성듬성 위치해 있다. 그렇다고 재개발이 안된 동네에만 하수구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 정도의 차이지. 도시 자체가 노후화 됐기 때문에 어딜 가도 꿉꿉한 하수도 냄새가 올라온다.

하수구가 있는 어느 도시든 냄새가 나는 거 아니냐라고 한다면, 조금 더 냄새나는 하수구가 조금 더 많은 도시인 것 같다는 말 외에는 돌려줄 말이 없긴 하지만...

아무튼 노후화된 기색을 숨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도시에 하수구 냄새가 등천하는 건 아니다. 

다행히도 이 도시에는 바다라는 천연 디퓨저가 있으니.



이 도시는 향의 구성도 다채롭지만, 향의 세기도 다채롭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다 근처로 갈수록 바다향이 강렬해진다.

해수욕장 코앞에서 맡는 바다향은 너무 강렬해서 사실 이때부터는 바다향을 음미하기 힘들다. 

향이라기보다는 짠내가 치밀어 올라, 코와 입 어디를 막아야 할지 몰라 얼굴 근처에서 손이 방황하다 도로 내려간다. 다행인 것은 여기는 향도 강렬하지만,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강렬한 곳이라서 냄새에만 치중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잔잔하지만 고에너지의 소리를 들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과 갈매기, 미역을 피하느라 후각에만 집중할 틈은 없다.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져 나오면 온갖 수산매장들과 호텔, 카페 등이 줄 지어 있다. 여기쯤이 돼서야 바다의 비린내와 짠내가 적당히 어우러지고, 냄새를 맡으려 애쓰지 않아도 쉽게 폐부에 들어차나, 그렇다고 내 정신을 빼놓을 만큼 강렬히 들이닥치지도 않는다. 


이 거리 전체에 가득 찬 바다 냄새. 

곧 다른 향기에 빼앗겨 버리지만 누군가는 꽃향을 맡듯이 나는 종종 바다향을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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