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에 분산투자하는 법
[♪ 밝은 음악]
이지은: 안녕하세요, '안개 속을 걷다'의 이지은입니다! 오늘도 불확실성과 친해지는 시간, 함께해요!
[띠링!]
오늘 받은 사연부터 소개할게요. "지은님, 6개월째 다이어트 중인데 운동을 아무리 늘려도 살이 안 빠져요. 하루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렸는데도 똑같아요. 더 늘려야 할까요?"
[잠시 멈춤]
아, 이 사연을 들으니 친구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 친구가 두통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진통제로 넘겼어요. 점점 자주 먹게 되고, 안 들으면 더 강한 약을 찾고... 그러다 건강검진에서 목 디스크가 발견됐대요. 진통제가 아니라 자세와 스트레칭이 해결책이었던 거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하는 실수가 바로 이거예요. 해결이 안 되면 같은 방법을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것만 떠올리지, '혹시 접근 방법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까지는 잘 안 간다는 거죠.
여러분, 이분이 정말 운동을 더 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이어트를 보는 '렌즈' 자체를 바꿔야 할까요?
자, 오늘은 문제를 보는 틀, 즉 '모델'을 언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아볼게요!
지금까지 여러분은 하나의 모델 안에서 여러 가설을 비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마치 근시 안경을 쓰고 도수를 -3.0에서 -3.5로, -4.0으로 조정하는 것과 같았죠. 같은 종류의 렌즈 안에서 세부 조정을 한 겁니다. 하지만 때로는 렌즈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근시 안경이 아니라 난시 안경이 필요하거나, 돋보기가 필요하거나, 색맹 교정 안경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앞선 사연처럼, 다이어트가 안 되면 보통 운동을 더 하려고 합니다. '체중 감량 = 운동량 증가'라는 렌즈로 보는 거죠. 하루 2시간에서 3시간, 4시간으로 늘리며 '내가 아직 부족해'라고 자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의 해결책에만 매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1], 이렇게 만성적으로 상승한 코르티솔은 체중 감량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2]. 더 심각한 것은 기회비용입니다. 운동에만 몰두하느라 진짜 원인을 찾는 데 실패하는 거죠. 어떤 사람은 갑상선 기능 저하가 원인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수면 부족이나 약물 부작용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상상해 보세요. 누군가가 1년간 매일 2시간씩 운동했지만 체중은 그대로라면 어떨까요? 만약 그 사람이 나중에 인슐린 저항성이나 다른 대사 문제를 발견한다면요? 그동안의 시간과 비용, 무엇보다 좌절감과 자책감이라는 정서적 비용을 떠올리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렌즈에 갇힌 대가는 생각보다 큽니다.
'열심히 하는데 안 된다'는 것과 '잘못된 방법으로 열심히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남쪽으로 달린다면, 빨리 달릴수록 목적지에서 멀어질 뿐이죠.
우리 삶에는 이런 '단일 렌즈의 함정'이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다음 사례를 통해 하나의 렌즈만 고집했을 때와 여러 렌즈를 함께 사용했을 때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살펴볼까요?
사례 1: 아이의 성적 부진. 전통적인 접근은 '공부 시간 = 성적'이라는 단순한 렌즈입니다. 성적이 안 오르면? 학원을 더 보냅니다. 그래도 안 되면? 과외를 추가합니다. 하루 5시간 공부가 7시간, 9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성적은 제자리입니다. 아이는 지치고, 부모는 답답하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반면 여러 렌즈를 동시에 고려한다면 어떨까요? 학습량 부족(30%), 학습 방법의 문제(40%), 정서적 요인(20%), 기타 요인(10%)으로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그리고 각각을 간단히 테스트해 봅니다. 학습법을 바꿔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니 수학 점수가 오릅니다. 교우 관계 스트레스를 해결하니 집중력이 개선됩니다. 결과적으로 공부 시간은 오히려 줄었는데 성적은 오릅니다.
사례 2: 연인과의 갈등. '싸움 = 대화 부족'이라는 렌즈는 너무나 흔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죠. 매일 1시간씩 대화 시간을 갖고, 주말마다 데이트를 합니다. 그런데 대화할수록 더 싸웁니다. 왜일까요?
다중 렌즈로 접근하면 대화 방식(20%), 가치관 차이(30%), 외부 스트레스(30%), 애착 유형 차이(20%)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습니다. 만약 진짜 문제가 각자의 스트레스가 만나 폭발하는 것이라면? 스트레스 관리를 먼저 하면 대화도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처음부터 여러 렌즈를 사용하지 않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나의 렌즈가 훨씬 편하거든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A가 문제니까 A를 해결하면 돼'라는 명쾌함이 주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
우리가 하나의 렌즈에 갇히는 데는 깊은 심리적, 생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확증 편향이 작동합니다[3]. 쉽게 말해, 우리 뇌는 자기가 믿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운동 부족이 문제야'라고 믿으면, 운동 부족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눈에 들어옵니다. 살이 빠진 사람을 보면 '역시 운동을 많이 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운동 안 하는데 날씬한 사람을 보면 '분명 따로 운동을 하겠지'라며 무시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고집이 아닙니다. 우리 뇌는 에너지를 아끼도록 진화했고, 매번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래서 한 번 만든 믿음의 틀을 계속 사용하려고 하죠. 마치 한 번 뚫은 길로만 계속 다니는 것처럼요.
둘째, 매몰 비용의 오류가 발목을 잡습니다[4]. '이미 운동에 반년이나 투자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방향을 바꾸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투자한 시간, 돈, 노력이 아까워서 계속 같은 방법을 고집하게 되죠.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간 반년보다 더 큰 손실은, 같은 방향으로 또 반년을 가는 것입니다.
셋째, 전문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의사는 모든 문제를 의학적으로, 심리상담사는 심리적으로, 영양사는 식단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라는 렌즈가 너무 선명해서, 다른 렌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정치학자 필립 테틀록(Philip Tetlock)의 연구에서도 하나의 큰 이론에 의존하는 전문가일수록 예측 정확도가 낮았습니다[5].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는' 법입니다.
신경과학적 관점은 이러한 고착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설명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 가장 앞쪽에 있는 전두극 피질은 대안적인 해석 틀을 동시에 약 두 개까지만 능동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6]. 세 번째 대안이 추가되면 수행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죠. 반면 익숙해진 하나의 렌즈는 기저핵이라는 자동화된 회로로 처리가 이동해 에너지 소모가 훨씬 적어집니다[7]. 즉, 여러 렌즈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은 뇌에게 진짜로 힘든 일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렌즈를 시도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곤하게 느끼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렌즈를 바꿔야 할까요? 네 가지 명확한 신호가 있습니다.
신호 1: 한계 효용 체감. 처음에는 운동 30분이 큰 효과를 보였는데, 이제는 2시간을 해도 변화가 미미하다면? 이것은 그 렌즈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입니다[8]. 마치 커피를 마실 때 첫 잔은 확 깨는데 다섯 번째 잔은 별 효과가 없는 것과 같죠. 판단 기준: 노력을 눈에 띄게 늘렸는데 효과는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면 렌즈 교체를 고려하세요.
신호 2: 부작용 증가.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부상이 생기거나, 공부를 너무 시켜서 아이가 우울해진다면? 약의 부작용이 약효보다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판단 기준: 해결하려던 문제보다 새로운 문제가 더 커진다면 즉시 멈추고 다른 접근을 시도하세요.
신호 3: 모순된 증거의 축적. '운동을 안 하는데 날씬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 보인다면? 당신의 렌즈가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판단 기준: 설명할 수 없는 예외가 하나둘이 아니라 꾸준히 축적된다면, 모델 자체를 의심해 볼 때입니다.
신호 4: 맥락 특이성. 같은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데 나에게만 안 된다면? 또는 예전에는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안 된다면? 맥락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판단 기준: 3개월 이상 효과가 없다면 나에게 맞는 다른 렌즈를 찾아보세요.
예를 들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수면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봅시다. 처음에 수면 시간을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렸을 때는 확실히 나아졌는데, 8시간, 9시간으로 늘려도 달라지지 않는다면(신호 1), 일찍 자려고 저녁 약속을 계속 거르다 보니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오히려 우울감이 생긴다면(신호 2), 주변에 6시간만 자도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면(신호 3), 작년까지는 7시간이면 충분했는데 올해 들어 아무리 자도 피곤하다면(신호 4), 이때는 '수면 부족' 렌즈를 내려놓고 다른 렌즈로 봐야 합니다. 어쩌면 철분 부족이나 갑상선 문제, 혹은 번아웃이 진짜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봅시다. 렌즈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여러 개의 렌즈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다중 모델 사고'이며, 베이지안 접근법이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영역입니다[9,10].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미 이런 사고가 일반적입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여러 가능성에 분산 투자하죠. 주식 30%, 채권 30%, 부동산 20%, 현금 20% 같은 식으로요. 왜일까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이 최고일 수도 있지만, 폭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운동 부족일 확률 30%, 식단 문제일 확률 40%, 호르몬 문제일 확률 20%, 기타 10%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제 운동에만 올인하는 대신, 각 가능성에 비례해서 노력을 분배할 수 있습니다. 식단 개선에 가장 많은 노력을, 운동은 적당히, 그리고 건강 검진도 한 번 받아보는 거죠.
이런 접근의 가장 큰 장점은 학습 속도입니다. 하나의 방법만 시도하면 그것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여러 방법을 동시에 시도하면,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죠. 농부가 작은 밭에 여러 종류의 씨앗을 나눠 심어, 한 철 만에 어떤 작물이 이 토양에 가장 잘 맞는지 알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위험 관리입니다.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다가 그것이 완전히 틀렸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면, 일부가 틀려도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실패의 충격이 분산되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겸손함입니다. '내가 100% 확신한다'가 아니라 '이럴 가능성이 60% 정도 된다'라고 생각하면, 새로운 정보에 열려 있을 수 있습니다. 틀렸을 때 방향을 바꾸기도 쉽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니 정신 건강에도 좋습니다.
불확실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 이것이 다중 모델 사고입니다.
[♪ 차분한 음악]
이지은: 어떠셨나요? 우리가 얼마나 자주 하나의 렌즈에만 갇혀 있는지 이제 보이시나요?
아까 말씀드린 제 친구, 기억나시죠? 그 친구가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진통제만 늘릴 게 아니라 왜 아픈지를 먼저 따져볼걸"이라고요. 사연 주신 분도 운동 시간을 더 늘리기 전에, 혹시 다른 렌즈로 봐야 하는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띠링!]
오늘의 미션! '효과 없는 렌즈 찾아내기'
최근 3개월 이상 해결 안 되는 문제를 하나 선택하기
지금까지 어떤 렌즈로 문제를 바라봤는지 적어보기
전혀 다른 렌즈 2-3가지 상상해 보기
다른 렌즈를 시도할 때 예상되는 증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예시: '만성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기존 렌즈: 수면 부족 → 더 많이 자기
새 렌즈 1: 영양 불균형 → 철분, 비타민D 검사
새 렌즈 2: 번아웃 → 업무량과 스트레스 점검
새 렌즈 3: 건강 문제 → 갑상선, 빈혈 검진
다음 시간에는 여러 렌즈를 동시에 사용하는 법을 알아볼 거예요. 요리 대회에서 달콤하고 매콤하고 바삭한 미스터리 요리가 등장합니다. 이 요리를 만든 셰프는 과연 누구일까요? 베이지안 방식으로 함께 추리해 보겠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이 정말 맞는 건지 한번 돌아보세요. 안경을 바꾸는 순간, 답이 보이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지은이었습니다.
[♪ 밝은 음악]
참고문헌
1. Hill, E. E., Zack, E., Battaglini, C., Viru, M., Viru, A., & Hackney, A. C. (2008). Exercise and circulating cortisol levels: The intensity threshold effect. Journal of Endocrinological Investigation, 31(7), 587–591. https://doi.org/10.1007/BF03345606
2. Epel, E. S., McEwen, B., Seeman, T., Matthews, K., Castellazzo, G., Brownell, K. D., Bell, J., & Ickovics, J. R. (2000). Stress and body shape: Stress-induced cortisol secretion is consistently greater among women with central fat. Psychosomatic Medicine, 62(5), 623–632. https://doi.org/10.1097/00006842-200009000-00005
3. Nickerson, R. S. (1998). Confirmation bias: A ubiquitous phenomenon in many guise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2), 175–220. https://doi.org/10.1037/1089-2680.2.2.175
4. Arkes, H. R., & Blumer, C. (1985). The psychology of sunk cos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35(1), 124–140. https://doi.org/10.1016/0749-5978(85)90049-4
5. Tetlock, P. E. (2005). Expert political judgment: How good is it? How can we know? Princeton University Press.
6. Koechlin, E., & Hyafil, A. (2007). Anterior prefrontal function and the limits of human decision-making. Science, 318(5850), 594–598. https://doi.org/10.1126/science.1148744
7. Ashby, F. G., Turner, B. O., & Horvitz, J. C. (2010). Cortical and basal ganglia contributions to habit learning and automaticit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4(5), 208–215. https://doi.org/10.1016/j.tics.2010.02.001
8. Mankiw, N. G. (2020). Principles of economics (9th ed.). Cengage Learning.
9. McElreath, R. (2020). Statistical rethinking: A Bayesian course with examples in R and Stan (2nd ed.). CRC Press.
10. Lee, M. D., & Wagenmakers, E.-J. (2013). Bayesian cognitive modeling: A practical course. Cambridg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