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와일드 그레이>
23년 재연을 보고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와일드 그레이>를 관람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넘버가 주는 힘이 강력한 작품. 첼로를 가장 아름답게 쓰는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첫 오버츄어부터 적재적소에서 리프라이즈 되는 넘버들이 참 좋은 작품이다.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이끌어가는 극답게 넘버가 정말 아름답다.
<와일드 그레이>는 2년 전에도 처음 만났을 때도 생각보다 많이 봤던 작품이고 올해도 비슷하게 5번을 봤다. 재연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여러모로 받긴 했지만 이 작품과 관련된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고 관람했을 때의 감상은 많이 달라서 신기하기도 했던 경험이다.
프랑스에 있는 동안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귀국하자마자 막공 주에 부랴부랴 <도리안 그레이>를 관람하고 <와일드 그레이>를 관람했다. 이 경우 극에서 언급되는 도리안과 헨리의 관계를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가 투옥 중 알프레드 더글라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어 출판한 <심연으로부터>를 읽고 다시 <와일드 그레이>를 관람했을 때는 와일드가 보내는 헌신적인 사랑의 크기를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심연으로부터>를 읽는 도중 <와일드 그레이>의 넘버 가사에서 인용된 구절을 만났을 때의 희열이 엄청났다.
워낙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면 원작, 작품 안에서 언급된 또 다른 작품들을 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시즌 <와일드 그레이>에서는 관련된 작품을 특히 많이 감상했다.
넘버에 대한 감상이 많았던 저번 시즌에 비해서 이번엔 이해하지 못했던 인물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작품을 조금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었던 시즌이었던 것 같아 기쁘다. 또한 <도리안 그레이>와 <와일드 그레이>의 공연 기간이 얼추 맞물리며 대학로 오스카 와일드 세계관을 즐길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도 특별한 기억이 될 듯하다.